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상 ‘일과 삶의 균형’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황 CEO는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하고 일주일 내내 쉼 없이 일한다”며 “일하지 않을 때도 일 생각을 한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미국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CEO와 최근 가진 대담에서 “영화를 볼 때조차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보는 동안에도 일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4조2000억 달러 기업, 모든 시간 ‘일’에 집중
황 CEO는 “회사의 모든 부문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싶다”며 “엔비디아를 ‘거대한 하나의 AI’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나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춘은 지난 1년간 엔비디아의 주가가 1600% 이상 뛰었다며 황 CEO의 리더십이 엔비디아의 고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끔은 미래를 상상하며 일한다. ‘이런 걸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일이고, 꿈꾸는 것 역시 일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 “엔비디아에서의 일, 결코 쉽지 않다”
엔비디아 직원들도 CEO 못지않게 고강도 업무 환경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에서는 주 7일 근무와 심야까지 이어지는 업무가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회의 중에는 고성이 오가는 등 압박감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지난해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에서 일하는 것이 쉽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며 “비범한 일을 하려면 쉽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춘은 엔비디아의 높은 연봉과 빠른 성장세 때문에 직원들도 쉽게 회사를 떠나지 못한다고 전했다.
◇ "일·삶의 균형,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기업 리더들 사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포기하는 것이 성공의 대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건강간식 제조업체 댓츠잇 뉴트리션의 리오르 르웬슈타인 CEO도 포춘과 인터뷰에서 “휴가 중에도 24시간 업무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무엇이든 뛰어나고 싶다면 균형이 깨진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춘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스케일AI 공동창업자 루시 가오는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 일이 진정으로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