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버틴다" 연말 가격인상 도미노 시작

펜 와튼 예산 모델에 따르면, 올해 7월 중순까지 미국의 누적 관세 징수액은 약 950억 달러(약 131조2800억 원)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 450억 달러(약 62조1800억 원) 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경제학자들 추정으로는 모든 수입품에 걸리는 평균 관세율이 지난해 2.3%에서 현재 17%에 가까워진 상태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상품이 미국 항구에 도착하면 수입업체가 지불하는 구조로, 제조업체나 물류업체, 통관업체, 소매업체가 첫 번째 지불자가 된다. 그러나 궁극적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주요 기업들 관세 부담 급증
제너럴모터스(GM)는 이번 주 2분기에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이상의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는 화요일 관세에 맞서 대대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았으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브랜드 램과 지프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스텔란티스는 자동차 수입 관세 때문에 순이익이 3억5000만 달러(약 4835억 원) 줄었다고 보고했다. 항공우주 및 방위 기업인 RTX도 관세 때문에 이익이 줄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운동용품 업체 나이키 경영진은 지난달 관세 때문에 이번 회계연도에 회사 이익이 약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 줄 것이며, 타격 대부분은 상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 매튜 프렌드는 “정밀한 가격 조정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제조업체 해즈브로는 지난 23일 관세 때문에 생긴 재정적 영향이 최근 분기에는 예상보다 적었으나, 전체 회계연도에 6000만 달러(약 828억 원)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해즈브로 최고경영자 크리스 콕스는 "장난감이 공장에서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보통 5~8개월이 걸린다"며 올해 말 장난감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 소비자 가격 전가는 제한적, 연말 인상 전망
모닝스타의 미국 수석 경제학자 프레스턴 콜드웰은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관세 비용 대부분을 떠안고 있으나, 관세 비용 일부만을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수입업체가 많은 외국산 상품에 치르는 금액을 추적하는 수입물가지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외국 공급업체가 미국 고객 비용을 상쇄하려고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추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본다.
월마트는 지난 5월 관세 비용을 상쇄하려고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올여름 더 큰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산 제품에 걸린 관세 때문에 바나나 가격이 파운드당 50센트에서 54센트로 올랐다.
월마트가 지난 5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온라인에 월마트와 중국이 가격을 올리지 말고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 다음 주 홈디포와 타겟을 포함한 다른 여러 대형 소매업체들이 실적을 발표할 때, 그들은 가격 인상에 맞서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인근 꽃집 샤야이 루세로는 관세 때문에 생긴 추가 비용 일부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그녀가 미국 도매상에서 사는 남미산 수입 장대 장미는 원래 개당 1.15달러에서 1.35달러였으나, 현재는 개당 1.95달러에서 2.15달러로 올랐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장미 12송이가 담긴 꽃병 가격을 60달러(약 8만2000원)에서 69달러(약 9만5000원)으로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신발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 협회 최고경영자 맷 프리스트는 일부 신발 회사가 앞으로 몇 주 안에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브랜드와 소매업체가 많은 영향을 흡수했으나,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신발의 약 99%는 중국, 베트남,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입된다.
이번 주 미국은 일본과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고, 유럽연합과는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절실히 필요한 명확성이 제공될 수 있으나, 수천 개 수입품에 대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