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 호혜 어긋나" 시장 개방 압박…韓, 지난해 대미 흑자 사상 최대
정부, 자동차·철강 관세 면제 요구… 관세 현실화 시 수출 타격 불가피
정부, 자동차·철강 관세 면제 요구… 관세 현실화 시 수출 타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고율 관세 부과를 공식 통보하면서 출범 초기의 새 정부는 중대한 통상 외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우리의 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상호 호혜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한국 측에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제조된 상품은 예외로 하겠지만,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한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만큼의 추가 관세를 더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 같은 압박은 사상 최대로 불어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자동차 수출 급증에 힘입어 2023년보다 25% 늘어난 556억 달러(약 76조 원)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의 대미 수출은 자동차·기계·반도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관세 부과 시 자동차 부문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전체 수출이 0.6%, 대미 수출은 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호구 안 된다"…전방위 협상으로 맞대응
정부는 미국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다. 대통령실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8월 1일 관세가 부과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그 전에 양국이 긴밀히 소통해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혀 협상 여지가 남았음을 시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를 미국 측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자 국내 제도와 규제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양국 간 물밑 협상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된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고위급 회담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여 본부장은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와 50% 철강 관세에 대한 면제·인하 조치가 어떤 합의에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무역 적자 감축을 위한 명확한 제안을 할 경우 미국이 영국과의 사례처럼 부문별 관세 면제를 고려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시장은 '신중한 낙관론'…전문가 "협상 여지 충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8일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이러한 낙관론에 힘입어 장중 1.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정부는 고위급 외교 채널도 총동원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정상회담 개최가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세 부과 시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양국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