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천공항 이륙 대기 아시아나기 덮쳐…제조공정·소재배합 등 원본자료 압수
美 "韓 기술유출은 동맹 안보 위협"…한·미 정보당국, 국제 공조로 中 스파이망 추적
美 "韓 기술유출은 동맹 안보 위협"…한·미 정보당국, 국제 공조로 中 스파이망 추적

17일(현지 시각) 정보기관·첩보전 전문 매체 '스파이 토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공항경찰은 지난달 HBM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한 혐의로 40대 남성 김 모 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던 비행기 안에서 붙잡았다.
사건은 서울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서 있던 중국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안에서 벌어졌다. 모든 승객이 탑승을 마쳤고 이륙을 기다리던 중, 기내 방송으로 특정 승객을 부르는 안내가 나왔다. 김씨가 방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 쪽으로 가자 미리 잠복해 있던 공항경찰과 국정원 요원들이 그를 즉시 덮쳐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씨의 짐에서 나온 것은 군사 기밀이나 국가 기밀 문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맞먹는 대한민국의 핵심 안보 자산인 'HBM 반도체'의 제조 기술 원본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에는 반도체 제조 공정, 소재 배합, 생산 장비 설정 정보 등 높은 수준의 핵심 기술이 담겨 있었으며, 김씨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보상을 약속받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中의 검은손
이번 일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조직적인 기술 탈취 시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을 갖추고 체계를 세워 이뤄진다. 이들은 주로 퇴직하거나 현재 직장에 불만을 품은 직원, 협력업체 인력 등을 노려 돈으로 포섭하는 수법을 쓴다.
◇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동맹국으로 번진 우려
미국 정보기관 역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탈취를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문제를 넘어 국제 반도체 공급망과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여긴다. HBM 같은 첨단 기술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미국의 첨단 무기와 AI 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기술 유출 징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합동수사팀을 꾸리는 등 공동 대응 체계를 다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업의 내부 보안을 강화하고 기술 유출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