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3국 경제통합 시스템 붕괴...향후 협상 여지는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함에 따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북미 3국 경제 통합 시스템이 와해하고, 미국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가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첫 관세 부과 대상 국가로 미국의 3대 교역국을 골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유일무이한 경제력을 이용해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을 노리고 있다고 AP 통신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들의 역풍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도박을 감행했다. 그는 핵심 교역 대상국에 대한 관세와 이들 국가의 보복에 따른 무역 전쟁 발발 가능성에도 불구 물가가 다시 오르지 않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금융 시장을 흔들 수 있으며 미국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AP가 전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어니스트영(EY)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그 다코는 1일 투자 메모에서 “미국의 3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5%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경기 침체에 빠지고,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고, 이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물가 속 경기 후퇴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관세 부과 후 협상’ 전략을 택했다. 이번 관세 부과는 펜타닐 수입, 불법 이민자 유입과 연계돼 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펜타닐 단속 등에 협력하면 이번 조처를 철회하겠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집권 2기 정부에서 관세가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그는 앞으로 특정 품목과 특정 국가를 겨냥한 관세 부과와 한국 등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20%의 관세를 매기를 보편 관세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다음으로는 유럽연합(EU)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EU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틀림없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특정 국가뿐 아니라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특정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반도체·철강·알루미늄·의약품 등에 대해선 수개월 내에, 석유·가스에는 2월 18일께 관세를 부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는 중국이 5363억 달러(전체의 14.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멕시코(4548억 달러), 캐나다(4366억 달러) 등의 순이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전면적 관세가 현실화하면 2023년 기준으로 관세 부과 대상은 1조3000억 달러(약 1894조 원) 이상이 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3국에 대한 관세 부과 규모가 연간 2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에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정부 당시에 오른 물가를 잡겠다고 공약했고, 미국 유권자 다수가 그의 경제 정책을 신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공세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3.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2월 당시의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 2.9%보다 높은 수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