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금리 인상·인하기 모두 안정적
본업 경쟁력 강화·빅테크 등 협력으로 수익성 강화
본업 경쟁력 강화·빅테크 등 협력으로 수익성 강화

이에 윤종규 전 회장 시절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린 양종희 회장의 안목이 빛을 바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양 회장은 '5조 클럽' 입성을 마중물로 삼고 주가 10만 원 안착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주요 해외투자자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 "그룹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서 주주 가치 증대 의지를 피력했다.
◇KB금융, 금융지주 최초 '5조 클럽' 입성 눈앞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금융그룹 첫 순이익 5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2024년 연간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5조9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4조 원대 순이익을 낸 이후 3년 만에 5조 원대로 올라서는 것이다. 지난 2021년 KB금융(4조4095 억원)과 신한금융(4조193억 원) 나란히 '4조 클럽'에 가입했지만 '5조 클럽' 타이틀은 KB금융이 먼저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리딩금융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KB금융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순이익 1위 지위를 신한금융에 내줬다. 2020년 리딩금융 탈환에 성공해 2021년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2022년 다시 신한금융에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이후 2023년에 재탈환했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다투던 최대 경쟁자와 격차를 벌린 것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경쟁력있는 비은행 자회사를 꾸준히 사들였다. 윤 전 회장은 2015년 취임한 뒤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단행했다. 특히 양종희 현 회장은 M&A를 진두지휘 하면서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친 후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당시 인수된 자회사들은 기존 KB금융 내 자회사들과 통합해 'KB' 간판을 달고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조 클럽' 마중물로 주가 10만 원 안착 가능성
KB금융이 '5조 클럽' 입성을 눈 앞에 두면서 '12.3 계엄' 사태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도 긍정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정치 불안이 점차 해소되면 주가가 10만 원대에 안착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KB금융 주가는 양 회장 취임 이후 실적 성장세와 정부의 밸류업 추진과 맞물려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양 회장이 취임한 2023년 11월 17일 KB금융의 주가는 5만4600원 수준이었다. 이후 금융지주들의 호실적 행진이 어이지고, 정부의 밸류업 계획 발표로 '만년 저평가주'로 여겨진 금융주가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10월 25일 장중 10만3900원까지 뛰었다. 이후 다시 8만~9만 원대에서 움직인 주가는 지난달 3일 10만1900원까지 오르면서 10만원선에 안착하는가 했지만 12.3 계엄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 정치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졌고 같은 달 9일 8만1600원까지 내렸던 주가는 새해 들어 소폭 반등해 지난 14일 8만88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의 5조 클럽 입성이 확정되고 국내 정치 불안이 점차 해소되면 주가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KB금융을 약 4120억원 순매도해 은행 중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급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면서 "이는 지난해 초 유입됐던 '뉴 머니'가 대거 이탈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매도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KB금융에는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재유입되고 있는 상황인데,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율 확대를 겨냥한 장기 투자자의 매수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변함 없는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4일 기준 77%로 신한금융(60.01%), 하나금융(67.73%), 우리금융(46.07%) 등 보다 월등히 높다.
양 회장의 주가 부양 의지가 크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양 회장은 자사주 5914주를 보유 중이다. 양 회장은 지난해 3월 자사주를 5000주를 매입해 책임 경영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바 있다.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양 회장은 최근 해외투자자들에게 친필 서한을 발송해 밸류업 계획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서한에서 양 회장은 "최근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금리·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영업환경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깊이 공감한다"면서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강점인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본원 수익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본업 경쟁력 강화시 '6조 클럽'도 머지 않아
KB금융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6조 클럽' 가입도 멀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리 인하기에 진입하면서 이자이익 성장세 하락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불확실성 확대, 국내 정치 불안 등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이에 양 회장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빅테크 등 다양한 업권과 협력을 통해 수익성 반등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로 복귀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오던 KB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리딩뱅크 지위를 내줬고 2024년도 1위 자리를 내줄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은행 순이익은 신한은행이 3조102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2조7808억 원)과 KB국민은행(2조6719억 원), 우리은행(2조5240억 원) 순이다. KB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자산이 가장 많지만 1위 탈환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는 은행 수익성 제고에 양 회장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환주 전 KB라이프생명 대표에게 은행장을 맡기면서 리딩뱅크 탈환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평가다.
양 회장은 이환주 신임 행장에게 '대면채널 혁신' 미션을 부여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이 자신의 공간에서 비대면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처럼 대면채널도 고객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직원 한 명 한 명이 ‘고객과 만나는 채널’ 그 자체가 돼 우리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야 하고, 이를 채널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은행 전략본부에 '대면채널 혁신' 미션을 부여했다.
빅테크와 협업 확대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면서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을 통해 우리의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휴사로부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