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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더 낮춰라” 시행사 요구에… 저축은행 PF 정리 ‘하세월’

부실 PF 사업장 31% 입찰 못하고 ‘표류 중’
현장에선 아직도 ‘고점’ 평가 지배적
업계 “이미 최저가…감정가 무시하며 조정 요구”
저축은행과 개발업자 간 가격조정 실패로 인해 PF 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저축은행과 개발업자 간 가격조정 실패로 인해 PF 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 등을 포함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사업장 가격에 부담을 느끼며 유찰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저축은행 업계는 ‘감정가’ 통해 이미 가격이 충분히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되레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에 난색인데, PF 정리가 늦어지면서 건전성과 수익성에 개선 역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한 ‘PF사업장 매각물건 정보’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저축은행 PF 사업장 128곳 중 31%에 해당하는 40곳은 입찰을 진행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업장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해 저축은행이 담보로 잡은 물건들이다. 대출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강제 매각’(경·공매)에 돌입한 셈이다.

전체 금융권 PF 사업장은 총 369곳으로 여기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다. 전체 사업장 ‘위험노출액’(익스포저)만 6조3000억 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사업장 정리가 지지부진한 배경은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PF 사업장이 매물로 나오면 사업장에 관심이 있는 부동산 시행사나 건설사 등 시공사 다양한 개발업체가 참여해 인수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사업장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기류가 읽힌다고 한다. 사업장 가격 부담뿐만 아니라 분양 경기가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 가능성이 크고,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유동성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사업장 가격이 아직 ‘고점’이라는 평가가 많다”면서 “시장에서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서 유찰 동향을 살피면서 하반기까지 관망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규제 역시 개발업자들의 입찰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개발업자들이 사업장 매수에 나설 때 금융기관으로부터 PF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대출규제가 심해서 인수자금 마련 역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단 분양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도 미지수고 공사비용이 너무 올라서 수익성을 담보하기라 어렵다”면서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금융권 자금 공급도 막힌 상황에서 선뜻 입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 PF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부진한 저축은행 2곳을 검사했고 올해 상반기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저축은행 7~8곳을 살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르면 오는 19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말에도 라온·안국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한 바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조속한 PF 정리를 위해 부실채권(NPL) 회사나 NPL 펀드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개발업체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미 감정가를 통해 사업장 가격을 낮출 만큼 낮췄는데도 수지타산에 맞지 않을 정도로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인 게 아니라 개발업자들이 지나치게 감정가 대비해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한다”면서 “‘가격 조정’만 되면 신속한 정리가 가능한 상황인데 협상이 안 되다 보니 진행이 더디다, 작년 대손충담금을 최대한 쌓았기 때문에 추가 적립 부담은 크진 않지만, 오히려 개발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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