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의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양측 모두 내년 1월 20일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주시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EU와 중국 간 대화는 최근 몇 달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기차 관세를 둘러싼 협상도 중단됐고, 중국이 예고했던 보복 조치도 실현되지 않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양측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EU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드론 공장에서 러시아 군용 항공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 EU 주요국들은 정보기관이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중국의 해명을 요구했다. EU와 유럽 15개국은 베이징에 공동 외교 서한을 보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답변을 받지 못했다.
EU 고위 외교관은 "중국은 항상 중립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치명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증거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EU 회원국들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중국과의 추가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새해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이며, 드론 공장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관세 면제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가로 트럼프와 협상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편, 중국도 EU 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마후이 중국 공산당 국제부 차관은 최근 브뤼셀을 방문해 EU 기관, 정당,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이 EU·중국 관계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는 EU와 중국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강요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 EU 외교관은 이를 "혼돈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4년"이라고 표현했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EU는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에 대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