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통화정책에 있어 ‘매파’로 알려진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신임 총재로 선출되며 일본 차기 총리로 결정되자 엔화에 대한 달러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주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강세 흐름을 보인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해 7월의 0.2%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7월 2.5% 상승에 이어 지난달에는 2.2% 상승했다.
또한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7월 0.5% 증가에 이어 지난달 0.2% 증가해 경기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소비 지출에 대한 월가 전망치는 0.3% 증가였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50bp의 대규모 금리 인하에 이어 11월 정책 회의에서도 추가적인 ‘빅컷(50bp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월가의 기대감이 한층 강화됐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은 11월 연준 회의에서 최소 25bp 금리 인하를 100%로 반영했다. 또한 연준의 50bp 인하 가능성은 지표 발표 이전 50%에서 발표 이후 56.7%로 확대됐다.
이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17% 하락한 100.43을 기록했다. 지수는 한때 2023년 7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인 100.15까지 하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100선을 바짝 위협했다.
이시바, 예상 외 승리
일본 엔화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후 강세를 보였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오는 1일 일본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이시바 차기 총리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엔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금융 소득에 대해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데 대해 찬성하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미즈호증권의 수석 데스크 전략가인 쇼키 오모리는 "일본은행(BOJ)이 제 역할을 계속할 것이며, 그 결과 금리 기대치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가 "주식과 엔화 캐리 트레이더들에게는 '부정적인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는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일본의 선거 결과 확정 직후 달러당 146.20엔 근방에서 143.30엔 근방으로 급반등했다. 엔화는 이어진 뉴욕 시장에서도 142.09엔까지 상승 폭을 늘렸고 후반 1.88% 오른 달러당 142.12엔에 거래됐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아베 료타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당분간 140~145 사이에서 계속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지난주까지 완화적 통화 및 재정 정책과 엔화 약세를 주장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반대해 온 강경 국수주의자 다카이치 사나에의 총재 경선 승리를 예상했었다.
中 지준율 인하에 위안화도 '약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50bp 인하하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들도 약진했다.
이에 달러/위안 환율은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개발도상국 통화 지수는 0.2% 상승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주가지수는 1% 상승하며 주간 상승 폭을 6.2%로 늘렸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랠리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신흥시장 국채 전략 책임자인 고르디안 케멘은 “이번 주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위험 선호 심리에 불을 붙이면서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 랠리를 펼쳤다”면서 “미국 PCE 지표도 도움이 됐지만, 그 영향은 상당해 작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202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화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