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이번 주 들어 랠리를 펼치며 미국 달러화 대비 1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약화,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및 아시아 주요국 국내 경기 개선 등이 최근 아시아 주요국 통화의 강세를 견인했다.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19일 0.6% 상승하며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0일 거래에서도 상승 폭을 늘리며 1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했다.
낙관적인 성장 전망으로 한국 원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태국 바트화는 정치적 긴장 완화로 이 지역 통화 전반의 강세를 주도했다.
OCBC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지고 아시아 지역의 성장 모멘텀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처럼 느껴진다”면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배경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통화가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9일 거래에서 달러 대비 1.5% 상승하며 2023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말레이시아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자 글로벌 펀드들이 6월 이후 최대 자금을 말레이시아 증시에 쏟아부었다.
바트화는 지난주 패통탄 친나왓이 차기 총리로 선출된 뒤 1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이 총리로 임명되면서 장기간의 정치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통화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태국의 새 정부가 140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다는 보도로 향후 정치 지형은 계속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원화도 이번 주 들어 달러 대비 1.5% 넘게 상승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완화가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원화가 수혜를 입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도 두드러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22% 하락한 101.65를 기록해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파운드화는 0.5% 상승한 1.3052달러를 기록해 202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오는 23일 잭슨홀 연설을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9월에 25bp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하를 시사할지가 관건이다.
바클레이스의 스카일로 몽고메리 코닝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외환시장은 잭슨홀 미팅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계속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로 예정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의회 출석도 변수다. 우에다 총재는 의회에서 지난달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언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