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달러화가 19일(현지시각) 뉴욕시장에서 7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다음 달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며 달러는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5% 하락한 102를 기록하며 지난 1월 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주일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0.7% 하락한 146.57엔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4% 상승한 1.1071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이번 주 연준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팽배하며 달러 약세를 주도했다.
뉴욕 소재 바클레이스의 에릭 마르티네즈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미국의 최근 지표를 통해 우리는 다시 미국의 연착륙 시나리오로 돌아갔다”면서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던 통화들이 달러 대비 반등했다”고 말했다.
23일로 예정된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폭에 대해 어떤 ‘힌트’를 줄지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7월 소매 판매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예상보다 줄어들자 ‘빅스텝’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연준의 50bp 인하 가능성을 25%로 반영했다. 이는 일주일 전의 50%에서 낮아진 수치이며, 시장은 25bp 인하 가능성을 75%로 반영했다.
월초까지만 해도 7월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고 비농업 신규 일자리 증가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자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부각된 바 있다.
뉴저지 머니코프의 북미 지역 구조화 책임자인 유진 엡스타인은 로이터에 "우리가 9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지점에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대적인 기준에서 연준이 가장 늦게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는 중앙은행 중 하나가 되는 것은 다소 과하지만, 즉시 금리를 50bp 인하하고 그 이후 모든 회의에서 인하하는 것도 다소 과도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또한 23일 일본 의회에 출석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깜짝’ 금리 인상 이후 엔 캐리 거래의 대규모 청산이 촉발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이후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선 뒤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오는 21일 발표될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의사록에서 연준의 향후 예상 금리 정책 경로에 대한 단서를 찾을 전망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현행 5.25~5.5%에서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신용 여건이 점점 더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고용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확산하자 달러는 이날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의 신흥국 통화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태국 바트화와 한국 원화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브라질 헤알화와 칠레 페소화도 약진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브라질 헤알화 상승을 뒷받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달러 대비 1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친기업 성향의 정부 연합에 대한 낙관론이 랜드화의 상승을 견인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