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로 예정된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의 구도가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급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으로 바이든의 전임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으나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진행된 첫 번째 대선후보 TV 양자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폭망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바이든 필패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서다.
두 후보의 TV 토론이 불과 첫 회만 진행된 상황에서 바이든이 예상 밖의 실망스런 결과를 내면서 미국 유권자의 절반이 바이든 말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밝힌 여론조사 결과가 곧바로 나왔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미국 언론도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과 트럼프 간 리턴매치가 확실시됐던 대선 구도가 바이든이 11월 대선까지 살아남을 지 알 수 없는 분위기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미국 민주당의 잠룡들이 바이든의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서 바이든 계속 미는 문제 놓고 논의 벌어질 것”
미국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내의 분위기는 매우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지난 2008년 백악관으로 입성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오바마 정권의 1등 공신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액슬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29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첫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충격적이란 반응이 민주당 진영의 분위기”라면서 “바이든을 계속 민주당 후보로 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부터 민주당 내에서 벌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는 논의할 필요가 없었던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 절차가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는 예비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당내 경선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개최할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민주당 당내 경선 절차를 밟아온 주요 후보는 바이든 현 대통령과 작가 매리앤 윌리엄슨, 딘 필립스 하원의원(미네소타주) 등 세명이었으나 필립스 의원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지난 3월 중도하차하면서 현재는 바이든과 윌리엄슨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갈 가장 유력한 후보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 사례는 흔치 않지만 민주당 당헌과 선거법에 따르면 지금이라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든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바이든이 낙마하고 새로운 민주당 후보를 뽑기로 할 경우 오는 8월의 전당대회는 지난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운 전당대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클로버샤 상원의원, 부커 상원의원,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 대안으로 거론돼
그럼에도 바이든이 지지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의 여론에 밀려 결국 낙마할 경우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59)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6)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64)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주·55)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45) 등이 바이든의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검사 출신의 해리스 부통령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다 미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란 기록을 세웠고 현재도 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문제의 TV 토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번 잘못 했다고 해서 중도하차하란 애기가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으나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젊은 정치인인데다 미국 최대 지방정부를 이끄는 수장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이 해리스 부통령과 뉴섬 주지사와 함께 민주당 예비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로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한 국면에서 강력한 방역대책을 펼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미시간의 그 여자’라며 모욕하듯 공격했으나 당당하게 맞서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카말라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인물로 결국 낙마했으나 민주당 TV 토론회에서 바이든 후보를 능가하는 토론 실력을 과시해 이목을 끈 중진 정치인이다.
부커 상원의원은 ‘제2의 오바마’가 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온 스타급 흑인 정치인으로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에 대해 “차차기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컸던 정치인”이라고 전했다.
무어 주지사는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 사상 처음으로 흑인 주지사로 당선돼 화제를 모은 인물로 주요 잠룡 가운데 연령이 가장 낮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