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거래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에도 판매량이 계속 저조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디플레이션 불황’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거래가격이 이미 상당 수준 떨어졌음에도 앞으로 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 “미국 자동차 시장, 디플레이션 불황 국면”
15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같은 분석은 미국 굴지의 자동차 정보업체 콕스오토모티브로부터 나왔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펴낸 미국 자동차시장 현황 보고서에서 “신차와 중고차를 가릴 것 없이 미국의 자동차 거래가격이 최근 2년 간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음에도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를 장만하는 일을 계속 늦추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콕스오토모티브가 지난달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은 지난 2022년 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곡선을 그린 끝에 지난달 현재 4만8389달러(약 672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모크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다소 비정상적이었던 자동차 시장의 상황이 바로잡혀가면서 정상적인 상황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자동차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플레이션 불황이란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꺼지는 것을 넘어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수요도 계속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평균 거래가 떨어졌음에도 높은 대출금리 발목…재고 쌓이며 가격 더 떨어지는 악순환
스모크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거래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자동차 수요가 회복할 여지가 커졌음에도 고금리 기조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평가업체 엑스피리언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대출금리는 최근 6.7%에서 11.9%를 오가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높은 금융비용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 시점을 계속 늦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은 디플레이션 불황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디플레이션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큰 이유는 거래가 하락에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디플레이션 조짐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가구, 완구류 등 소비재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하는 물품인 내구소비재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내구소비재의 전체적인 수요도 둔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