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할한 국토 때문에 자동차가 필수적인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생활고를 어느 때보다 키우는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신차 평균 거래가격 6300만원, 중고차는 3700만원
CNN은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에드먼즈닷컴의 최근 집계 결과를 인용해 미국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신차의 실제 거래 가격이 4만7680달러(약 6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고차의 평균 거래 가격 역시 2만8195달러(약 3700만원)를 기록해 역대급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에드먼즈닷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차의 경우 최근 5년간 무려 1만2000달러(약 1600만원) 가까이 평균 거래 가격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고차의 경우 지난 2018년 2월과 비교해 9000달러(약 1190만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몸집이 큰 대형 픽업트럭의 경우 평균 거래가가 지난해부터 6만달러(약 7900만원) 선을 돌파한 상황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에드먼즈닷컴은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업체에서 할인을 받은 경우나 웃돈을 준 경우를 모두 감안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CNN은 “최근들어 공급망 경색이 개선되고 고물가도 완화되는 추세임에도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신차와 중고차를 가리지 않고 줄곧 거래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CNN은 “미국의 자동차 평균 거래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상승한 경우는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후 이후 처음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라면서 “특히 2020년 이후 3~4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반 드루어리 에드먼즈닷컴 분석실장은 “중고차 거래 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소폭 내림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 몇년간 크게 오른 것에 비하면 약과”라면서 “당분간 오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하기에 가장 나쁜 시기가 도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VB발 금융위기로 저소득층 자동차 소비 더 위축될 듯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미국의 자동차 거래 가격이 모두 이처럼 근년들어 치솟은 결과 신차를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도 소득이 많은 계층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적은 소비자들이 가격의 장벽을 느끼면서 자동차 구매를 꺼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2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를 소득 수준별로 분석한 결과 연소득 15만달러(약 1억98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차지한 비중은 22%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비중이 증가한 결과 지난 2021년 12월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2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연소득 7만5000달러(약 99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 차지한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37%에서 3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워치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로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금융시장도 얼어붙어 여유가 없는 대다수 미국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입하는 일은 당분간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