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전기차는 비싸고, 충전이 불편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4일(현지 시각)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다음에 자동차를 살 때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미국 성인 626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기관의 지난해 4월 당시 조사에서도 전기차 구매 계획이 없다는 비율이 47%로 나타났었다. 이는 곧 지난 1년 사이에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AP통신은 이날 다음번에 자동차를 살 때 전기차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0명 중 4명꼴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기차를 ‘매우’ 또는 ‘완전히’ 고려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21%에 그쳤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21%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조사 당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치다. 1년 전에도 전기차 구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율이 19%, ‘가능성이 있다’는 비율이 22%로 응답자의 41%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었다.
미국에서 젊은 층일수록 전기차를 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45세 이하 연령층에서 전기차를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고 AP가 전했다. 그러나 4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이 비율이 32%에 불과했다.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요인으로는 응답자 10명 중 6명꼴로 '비싼 가격'을 꼽았다. 하지만 전기차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북’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격은 올해 2월에 평균 5만2314달러다. 이는 1년 전 당시의 5만8000달러보다 12.8%가량 내려간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 올해 2월에 판매된 모든 신차의 평균 가격은 4만7244달러로 전기차보다 낮다.
충전소가 부족하고,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인식도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고 AP가 전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2032년까지 순수 전기차 판매 비율을 56%로 올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비율을 최소한 13%로 올릴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EPA 규정에 맞춰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고 수십억 달러를 자동차와 배터리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