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예상보다 일찍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BOJ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며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8일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시장 예상보다 금리를 더 빨리 조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여러 BOJ 이사들이 언급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며, 엔화 약세가 기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도 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2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이미 올해 하반기 0.25%, 내년 0.5%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BOJ의 최근 발언과 정책회의 내용이 매파적인 입장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UBS 증권의 마사미치 아다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계 구매력이 약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JP모건 증권은 "BOJ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자본 유출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더 빠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BOJ가 금리를 인상하려면 기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은 "엔화 약세가 심화되지 않는 한 BOJ는 7월 금리 인상 전에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J는 지난주 인사 개편을 통해 통화정책 전문가를 새로운 전무이사로 임명했다. 이는 금리 인상을 위한 정책 결정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BOJ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중립 금리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마츠자와 나카 수석 전략가는 "마이너스 실질 임금과 경제 심리 하락을 고려할 때 BOJ가 조기 금리 인상을 원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는 미국과 일본 간의 큰 금리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UBS 증권의 아다치는 "엔화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은 미국 측에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없이는 금리 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