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일본은행(BOJ)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행 0~0.1%에서 0.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가드의 알레스 쿠트니 국제 금리 책임자는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쿠트니는 일본은행이 이르면 6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에서 연말까지 0.2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에 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이다.
쿠트니는 인터뷰에서 올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은행이 얼마나 매파적이어야 하는지를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채권운용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핌코)도 뱅가드와 마찬가지로 올해 일본은행이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2027년까지 일본의 기준금리가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그렇지만 엔화는 이후에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를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갔고 4월 하순에는 34년 만에 최저치인 160엔을 터치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주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두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빠른 금리 인상이 해답
쿠트니는 일본 당국이 155엔을 상회하는 달러/엔 환율에 대해 “불편할 것”이라며 “일본 당국은 이러한 엔화 약세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시장에 ‘매파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엔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9% 하락하며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최약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조6000억 달러 이상의 액티브 운용 자산을 보유한 뱅가드는 단기 스와프 금리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에 대한 기대를 감안해 일본 국채 선물에 대해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쿠트니는 개입이 근본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일본 당국 개입으로 엔화가 반등한 시점에 뱅가드가 엔화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되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자산 익스포저를 줄이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에만 달러/엔 환율이 적정 가치로 보고 있는 100엔을 향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거나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화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160엔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의 1 미만의 응답자는 엔화가 155엔 근방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고, 150엔까지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편, 9일 발표된 일본은행의 4월 정책회의 요약본에서 이사회 위원들은 인플레이션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위험을 고려하면서 더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