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의 꿈이 사라지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주 투자 메모에서 “거시 경제 그림을 보면 골디락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간)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있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올여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디락스 경제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로,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골디락스 경제에서는 물가 상승 부담 없이도 실업률 하락, 소비 확대, 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오름세 속에 경기가 가라앉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1970년대 이전에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고, 실업률이 낮을 때에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1970년대에 경기 불황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사태가 실제로 일어났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을 통제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촉발하는 것이다.
WSJ은 생산자물가지수, 소매 판매, 소비자심리지수 등을 보면 물가가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P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1.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4%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상승했다. 2월 CPI도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2%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소매 판매 상승률이 전월 대비 0.6%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시간 대학이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76.9에서3월에 76.5로 내려갔다.
BofA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인플레이션이 3~4%에 이르면서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지면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3.2%로 집계됐다. 이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의 전 분기 대비 상승률 잠정치는 1.8%로 집계됐다. 1월 속보치는 1.7% 상승이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2.1% 올라 기존 속보치(2.0%)보다 소폭 상승했다.
2월 PCE 지수는 29일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 지수가 1년 전과 비교할 때 2.8%, 1월 대비 0.02% 포인트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1분기 GDP 성장률을 기존에 2.1%를 제시했다가 1.7%로 낮췄다.
WSJ은 미국의 공급 분야 경제 지표는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2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소폭 증가했다. 연준은 15일 2월 산업생산이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보합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다. 지난 1월 수치는 기존 0.1% 감소에서 0.5% 감소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특히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2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이는 전달의 1.1% 감소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WSJ은 “미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급속한 디스인플레이션이 물가 하락 둔화로 대체되고 있으나 기업의 투자가 소비 지출을 대신해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19, 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내놓을 예상 경제 지표와 금리 전망치를 보면 보다 확실한 미국 경제의 현주소가 드러날 것이라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