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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이 뒤집었다… ASML '51%'의 의미와 한국 반도체 리스크는

메모리 장비 비중 역전은 '구조적 고도화' 신호… 레이어 수 증가로 단가·수요 동반 폭발
'하이 NA EUV' 공급 제약 속 삼성·TSMC 선점 경쟁 격화, PER 43.8배 정당화 시험대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이어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할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이어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할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벨기에 매체 '데 벨레허(de belegger)'는 지난달 31(현지시각)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이어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1514조 원)를 돌파할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ASML은 현재 시가총액 6160억 달러(932조 원)를 기록하며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두 배 이상 앞지른 유럽 최대 상장기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공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특히 메모리 반도체용 장비 매출 비중이 51%로 대역전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2024~2025 초입 지나 2026 본격 반영, 메모리 CAPEX의 질적 변화


ASML의 인공지능(AI) 시장 내 영향력은 칩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나 AMD와는 다른 차원이다. 이 회사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인프라 확장 국면에서 특정 설계 기업의 성패와 상관없이 모든 제조사로부터 주문을 받는 구조적 이점을 지녔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ASML의 장비 순매출 구성비에서 메모리(Memory) 부문은 51%를 기록하며 연산용 반도체인 로직(Logic) 부문(49%)을 추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로직 58%, 메모리 42%였던 것과 비교하면 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단순한 단기 수급 회복이 아니라 메모리 설비투자(CAPEX)'구조적 고도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적층 구조 특성상 미세 공정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일 칩당 극자외선(EUV) 레이어(공정 층수)의 확대를 유발한다. 레이어 수 증가는 장비 평균판매단가(ASP)와 필요 수량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낳으며, 메모리 업황이 둔화되더라도 EUV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CAPEX가 미세화 중심의 '질적 변화'를 겪으면서 ASML 장부의 체질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 NA 1~2대 출하, 공급 제약이 촉발한 '장비 선점 전쟁'


반도체 미세화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장비인 '하이 NA(High NA) EUV'의 보급은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ASML은 현재 분기당 1대에서 2대 수준의 하이 NA 장비를 출하한다. 대당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여서 대규모 양산 라인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나, 선점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장비 포트폴리오 면에서도 기존 로우 NA(Low NA) EUV 매출이 비() EUV 장비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뒷받침한다.

투자 관점에서 핵심은 제한된 연간 공급량 속에서 '누가 먼저 장비를 확보하느냐'. 대만 TSMC, 미국 인텔과의 미세공정 주도권 싸움에서 삼성전자의 미래 파운드리 경쟁력은 이 하이 NA 도입 타이밍과 직결되며, 확보 시점이 지연될 경우 TSMC와의 격차 확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 규정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점은 대외적 변수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으로의 장비 반입 제약은 향후 장비 수주잔고(백로그)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규제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장비 출하량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ER 43.8배의 조건, 독점 프리미엄 아닌 CAPEX의 지속성


과제는 높은 몸값과 전방 산업의 투자 지속 여부다. ASML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43.8배에 거래된다. 이는 독점적 지위를 감안해도 시장의 기대치가 극도로 반영된 수치다. ASML의 밸류에이션은 단순한 기술 독점 프리미엄이 아니라 글로벌 AI CAPEX의 지속성과 EUV 레이어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정당화되며, 현재 주가는 실적보다 미래 CAPEX 기대를 선반영한 상태로 해석된다.

만약 생성형 AI나 자율주행(Physical AI) 부문의 기업들이 거대한 설비투자 대비 뚜렷한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급변한다. 전방 칩 제조사들이 지출을 축소할 경우, 대표적인 후행 인프라주인 반도체 장비주는 자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역성장 리스크를 반영하며 주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재무적 완충력은 양호하다. ASML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797000만 유로(14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으며, 장기 부채는 271000만 유로(47700억 원)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는 "ASML이 유럽 최초의 1조 달러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분기별 신규 수주액의 반등과 더불어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주요 고객사의 첨단 공정 가동률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4가지 체크포인트


첫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회(실적 콜) 'CAPEX 유지 및 축소 관련 코멘트'. 빅테크의 AI 인프라 지출 둔화 신호는 ASML의 장비 수요 감소로 연결되는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다.

둘째, ASML'분기별 신규 수주(Net Bookings)의 전분기 대비(QoQ) 반등 여부'. 수주잔고의 방향성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바라보는 1~2년 뒤의 실제 설비 증설 의지를 정량적으로 증명한다.

셋째, '중국향 매출 비중의 변화 추이'.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의 추가 규제 수위에 따라 중국 매출 비중이 급감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국적 공급망 전반의 장비 할당 우선순위가 요동치게 된다.

넷째, TSMC와 삼성전자의 EUV 라인 가동률 및 증설 계획이다. 이는 실제 수요가 집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AI 인프라 수혜가 칩 제조 설비단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ASML은 거대한 전환국면의 중심에 서 있으며, 매 분기 발표될 실적 증명이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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