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결제시장을 그간 이끌던 카드사와 금융부가통신망사업자(VAN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 점유율은 하락해 비상이 걸렸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법인의 신용·체크·선불카드 등 지급카드의 하루 평균 이용액은 3조26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70억원)보다 8.4% 늘었다. 결제수단별로 보면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등을 통한 결제액(하루 평균 1조4620억원)이 11.9% 늘어나는 동안 실물카드 결제(1조4480억원)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특히 대면 결제할 때 결제 단말기(카드 단말기, QR코드 등)에 실물카드 대신 모바일 기기를 접촉하는 결제 방식이 1년 전보다 56.8% 급증했다.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한 결제 가운데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올해 상반기 중 46.9%를 차지했다.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중 빅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한 비중은 67.2%나 된다.
실물카드 이용 비중 역시 정체 상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8개사의 체크카드 발급 건수는 총 1억2271만 장으로 전년 동기(1억2304만 장) 대비 0.2%(33만 장) 소폭 감소했다. 체크카드 발급 건수는 지난 2019년 2억6520만 장, 2020년 2억6445만 장, 2021년 2억5453만 장, 2억4567만 장으로 매년 꾸준히 줄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중심의 간편결제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내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021년 기준 221조원으로 5년간 연평균 57% 늘었다.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페이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페이앱 이용자 수는 4206만 명으로 지난해 1월(3568만 명) 대비 17.9% 증가했다. 간편결제 1위 업체인 삼성페이 이용자는 1630만 명이다. 전체 간편결제앱 이용자 수의 38.8%를 차지한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총 2873명을 대상으로 실물카드의 필요성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인 53.5%가 '실물카드는 없어도 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카드사와 VAN, PG사 등은 카드 이용 감소와 낮아진 수수료, 빅테크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인해 결제 부문에서 사실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신규 수익 창출에 목을 매는 배경도 본업 수익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페이(pay) 앱 중심으로 서비스를 일원화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결제 관련 수익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