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주력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 클라우드 게임 사업자 부스터로이드와 액티비전의 대표작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를 '독과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규제 당국과 업계 라이벌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MS는 현지 시각 14일,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과 필 스펜서 게임사업부 대표 명의로 내놓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외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PC 게임 타이틀을 포함, 엑스박스 사업부의 대부분 PC 게임을 10년간 부스터로이드에 공급할 계획이다.
부스터로이드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게임 전문사다. 동명의 서비스 '부스터로이드'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약 400만명이 이용하고 있어 빅테크가 아닌 중소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안에성 상당한 인지도를 갖춘 서비스로 손꼽힌다.
MS의 이번 조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반대하는 소니나 세계 규제 당국과의 협상에 맞서 자신들이 "게임 IP를 독점하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MS가 지난해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올 6월 안에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콜 오브 듀티', 이른바 '콜옵'은 액티비전의 대표적 1인칭 슈팅(FPS) 게임 시리즈로 특히 콘솔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콘솔 게임계 라이벌 소니가 인수를 반대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필 스펜서 MS 게임 사업부 대표는 지난해 12월 "닌텐도의 콘솔 플랫폼, 밸브 코퍼레이션의 '스팀' 등에 '콜 오브 듀티' 등을 10년간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MS는 같은 내용을 소니에도 제안했다.
올 2월 21일, MS는 앞서 언급한 회사 중 닌텐도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 중인 엔비디아에 콜 오브 듀티를 10년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엔비디아는 "당사는 이후 MS의 액티비전 인수 승인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니는 MS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 여전히 MS의 액티비전 인수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영국 규제당국이 이달 7일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소니는 "MS는 2020년 인수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차기작 '스타필드' 등을 엑스박스 독점작으로 내려 한다"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역시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칠레 등의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인수를 반대하며 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1차 심사에서 해당 인수를 반려, 2차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중국 등은 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