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두고 '패권 경쟁'에 나섰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요 경쟁자로 떠오른 가운데 MS의 우군이 될 것으로 보였던 메타플랫폼스(이하 메타)와의 관계가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를 맡고 있는 얀 르쿤 이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챗GPT는 대중의 인식과 달리 혁명적인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이와 같은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은 미국에만 6곳이 있으며 챗GPT가 특별히 발전된, 유일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쿤 이사의 이 같은 발언은 챗GPT 열풍을 기회로 삼은 MS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메타의 연례 콘퍼런스 '커넥트'에서 양사는 B2B(기업 간 비즈니스) 메타버스 솔루션 사업을 위해 이른바 '메타버스 동맹'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주요 투자 파트너다. 챗GPT 웹 서비스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30일 출시 후 한 달여 만인 올 1월 초 동시 접속자 10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챗GPT의 인기에 MS는 "오픈AI에 향후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자사 웹 비즈니스 플랫폼 '팀즈', 검색엔진 '빙' 등에 챗GPT 기반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여 왔다.
MS와 메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파트너십에는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 프로'에 MS의 각종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팀즈' 등 비즈니스 솔루션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양사는 AI 유행이 시작된 이후, 해당 분야에서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이달 초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AI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MS와의 파트너십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메타와 MS의 동행은 어디까지나 '메타버스 동맹'일 뿐, AI 분야에선 각자의 길을 걸으려는 것"이라며 그 예시로 '갤럭티카'를 들었다.
갤럭티카는 챗GPT가 출시 되기 2주 전인 지난해 11월 15일 출시된 서비스로, 챗GPT와 같은 자연어 생성 AI이다. 과학 분야 논문 작업을 돕는 데 특화된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오류가 너무 많다는 학계의 비판에 시달린 끝에 사흘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챗GPT는 갤럭티카와는 다른 결말을 맞았다. 챗GPT 역시 AI 특유의 오류가 일어났다는 점이 여러 차례 보고됐고 표절 논란 등의 문제로 학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선 "일부 결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수준의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며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인정했다.
투자 분석사 머틀리 풀의 트래비스 호이움 연구원은 MS가 AI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직접적 라이벌인 구글 외에도 메타, 나아가 다른 빅테크 입장에서도 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AI의 수익화에 있어 핵심 부문은 플랫폼 광고"라며 "MS가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인다는 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보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라이벌 아마존, 플랫폼 광고에 수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메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빅테크와 스타트업 외 타국에서도 AI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소다. 일례로 중국에서도 AI 스타트업 위안위가 이달 3일 '챗위안'이란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후 바이두가 3월 안에 자연어 생성 AI '원신이옌(文心一言, 영문명 어니 봇)'을 선보일 예정이며 알리바바 등 타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언급한 '챗위안'의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은 경제구조가 불안하고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등 중국 정부의 견해와 반대되는 답변이 나온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 챗GPT에 "향후 누가 AI 기술 시장 패권을 장악할 것이냐?"고 물었다. 챗GPT는 "현재 구글·MS·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들 기업은 AI 시장에 있어 제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AI 시장은 비즈니스·엔터테인먼트·교육·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어느 한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기보다는 여러 유력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