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커 조직을 자칭하는 이들이 한국 학술기관을 상대로 해킹 공세에 나섰다. 한국과 중국 네티즌 간의 지속적인 반목이 불러온 사태로 해석된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우리말학회, 한국사회과수업학회 등 12개 학회 홈페이지는 사이트 공식 이미지가 멋대로 바뀌는 이른바 '디페이스' 공격을 당했다. 이들 홈페이지에는 번역투로 적힌 '한국 인터넷 침입을 선포하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들 해커 집단은 스스로를 '샤오치잉(晓骑营·새벽의 기병대)'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한국인 161명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우리는 한국 정부 부처 등에서 총 54GB 분량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공표했다.
또 "우리는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 자유로운 그룹"이라며 정부 배후설을 부정하는 한편 "한국의 몇몇 스트리머가 우리를 화나게 했으므로, 한국을 우리의 해킹 연습장으로 활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샤오치잉이 '몇몇 스트리머'를 이유로 지목한 것은 한·중 네티즌 간의 뿌리 깊은 반목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네티즌들 중에는 김치, 한복 등 한국 문화를 중국 것이라 자칭하는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 불법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하는 중국 네티즌 중 일부의 행태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다.
개인방송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나 대만 발언 등을 향한 중국 네티즌들의 집단 테러, 게임 이용을 방해하는 핵(미인가 프로그램) 활용 등의 이유로 스트리머들은 이따금 중국에 대해 강한 언사를 내뱉기 마련"이라며 "트위치 등 글로벌 플랫폼에선 이로 인해 단기간 활동 중단 등 징계 처분을 받은 스트리머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킹 사건에 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보안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소규모 비영리단체만이 피해를 보는 등, 과시적인 주장에 비해 실질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분간 이들의 움직임과 국내 보안 상황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