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부터 이어진 '우마무스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온전한 갈등 봉합에 이르지는 못했다. 조계현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일부 이용자가 '집단 환불 소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에서 지난 17일,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사업본부장 등 사측 대표 5인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 대표 자율협의체, 이른바 '총대진'이 선택한 이용자 7인과 약 8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는 유튜브 온라인으로 생중계 됐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지난해 2월 선보인 수집·육성형 모바일 게임이다. 국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셔를 맡아 올 6월 출시됐으며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총대진은 지난 달 29일 판교 마차 시위를 필두로 사옥 방문, 트럭 시위 등 집단 행동을 전개했다. 앞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 대비 늦어지는 공지와 부족한 재화 지급 △점검을 이유로 이벤트가 공지보다 일찍 종료된 사례 △현지 느낌을 살리지 못한 번역 등을 문제 삼으며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했고 이것이 총대진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시우 사업본부장은 간담회장에서 "신뢰를 깬 것에 깊이 사과드리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소상히 말씀드릴 것이며, 이후 모든 개선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형태로 소통할 것"이라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총대진과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였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그간의 논란에 관해 "원작사 사이게임즈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늦춰진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또 △퍼블리셔 단독 대응 프로세스 마련 △대표 산하 '우마무스메 개선 태스크포스' 신설 △업데이트 로드맵 공개 △사투리 번역 문제 개선 등을 약속했다.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지켜본 네티즌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사측이 '점검으로 인해 이벤트가 공지보다 일찍 종료된 사례'에 대해 "개별 고객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피해로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이 '이용자에 책임 전가' 논란으로 번졌다.
총대진 측이 해당 발언에 대해 "이용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이냐"고 묻자 사측은 "표현이 적절치 않았던 점 죄송하다"고 발언을 수정했다. 또 "짧은 시간 안에 원작사와 협의하긴 어려울지라도 점검시간 변경으로 피해를 입을 분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간담회 다음날인 18일 오후 9시 경, "간담회에서 사측이 미숙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다.
사과문이 올라온 다음날인 19일, 총대진 대표 '유니짱스'는 "카카오게임즈 측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간담회의 목적인 '게임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향후 목표로는 △개선안 이행 과정 감시 △이용자 피해 구제 방안 구체화 등을 제시했다.
총대진과 별개로 일부 이용자들은 법정 공방에 나선다. 간담회 논의 막바지에 '집단 환불 소송'을 예고했던 이용자 'SiMON419'는 "총대진과 별개로 단체 소송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며 "변호사와 협의를 거쳐 늦어도 23일 관련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마무스메' 간담회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우마무스메 간담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지 않게 마무리가 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우마무스메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민주적 공론의 장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의지는 칭찬 받을 만하다"면서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점은 안타깝다"고 평했다.
이어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구가 없다면 앞으로도 시위와 소송 등 거칠게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며 게임이용자권익보호기구 설치, 관련 법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