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서비스 운영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있다.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오는 10월 국정 감사에 경영진과 관계자들이 소환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3일 새벽 "고객 여러분께 깊은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사죄드린다"며 '우마무스메' 운영 개선을 약속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이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지난달 21일, 23일, 이달 1일에 이어 4번째다.
이번 사과문은 '우마무스메' 이용자 총 대표단, 이른바 '총대진'이 2일 오전 11시 경 '최후통첩' 성명문을 발표한 후 16시간 만에 공지됐다. 해당 성명문엔 △조 대표의 공식사과 △소비자 대표와 사측 대표 간담회 개최 △우마무스메 현 운영진 업무 배제 △서비스 권한 계약 사항 공개 등을 요구했다.
총대진 측은 당시 9월 5일까지 신뢰할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시 불매 운동·환불 소송 등 '강경한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조 대표의 사과문 발표 후 5일 오후 8시 경 간담회 개최를 공식 선언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지 직후 총대진 측은 "개최 조건과 사전 전달할 요구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성명문을 내놓았다. 이후 법률적 검토·자문을 받기 위해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의 변호사와 간담회에 동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해 지난해 2월 선보인 수집·육성형 모바일 게임이다. 국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아 올 6월 출시, '리니지' 시리즈 등을 누르고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한 히트작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한국 서버에서 '고루시 위크' 이벤트가 시작 전날 공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 대비 늦어지는 공지와 부족한 무료 재화 지급 △업데이트를 이유로 이벤트가 공지보다 일찍 종료된 사례 △현지 느낌을 살리지 못한 번역 등을 문제 삼으며 '평점 테러'를 일으켰고 플레이스토어에서 4점대에 머무르던 평점이 1점대까지 급락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1일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개선하겠다"며 사과문을 내놓았으나 22일 이용자 간 경쟁(PvP) 요소가 있는 핵심 콘텐츠 '챔피언스 미팅'을 일주일 후인 29일 개시한다고 공지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원작사 사이게임즈는 일본에서 해당 콘텐츠에 관해 통상적으로 3주 전에 공지해왔다.
결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총대진이 구성돼 시위를 위한 모금, 환불 소송 참가자 모집 등 본격적인 집단 행동이 시작됐다. 사측이 24일 발표한 2차 사과문에 총대진은 △실무자·경영진의 직접적인 해명·사죄 △간담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불복했다.
사측이 추가 발표를 내놓지 않자 총대진은 지난 달 29일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본사에 방문해 이용자 300여 명의 성명문을 전달했다. 연달아 31일 판교 트럭 시위, 1일에는 국회 앞 트럭 시위가 전개됐다. 환불 소송에 참여하기로 한 네티즌들의 총 요구 액수는 86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대진이 국회 앞에서 트럭 시위를 전개한 당일,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이 '우마무스메' 커뮤니티에 나타나 이번 사태에 관해 문의했다. 2일에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게임업계가 소비자 응대에 지나치게 불성실하다"며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입법부 관점에서 봤을 때 법적 불이익을 주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같은 당의 유동수 의원이 올 3월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을 거론했다. 해당 법안은 게임사업자가 콘텐츠 구매 가격·내용·기간·제공 방법·철회 방법·환급 등을 안내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우마무스메 사태에 관해 이 의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여야 의원들 모두 이용자 권익 보호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사안을 면밀하게 주시하는 한편 카카오게임즈 측에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화답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과거 소비자분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사태에 관해 "냉정하게 봤을 때 환불 소송에서 이용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사측의 소극적 대응이 화를 키운 사례로, 기업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위 학회장은 이번 사안이 오는 10월 4일 열릴 국정 감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게임즈 경영진, 나아가 김범수 의장이 작년에 이어 또 다시 불려 나올 수 있다"며 "카카오 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해온 이미지 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