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소니·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메타버스 표준 포럼(MSF)'을 통해 상호 운용 표준 마련에 나섰다. 애플·로블록스·텐센트 등은 회원사 목록에 들지 못했다.
MSF는 미국 비영리 산업 컨소시움 크로노스 그룹이 주관했다. 크로노스 그룹의 닐 트레벳 회장은 회원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서 17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자 생태계 담당 이사직을 맡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의 창시자 닐 스티븐슨 작가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라미나1'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스티븐슨 작가는 1992년 출시한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 속 가상 현실 게임의 이름을 '메타버스'라고 붙였고 이것이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활용된 사례로 알려져 있다.
MSF의 설립 목적은 상호 운용 표준을 제정, 개방형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첫 포럼 회의를 개최하며 이후 그래픽 기술·휴먼 인터페이스·이용자 창작 생태계·보안·금융 거래 등 다양한 주제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 4대 빅테크 'MAGA' 중 메타만…회원사와 '불편한 관계' 때문?
메타·MS 등 빅테크들이 참가한 이번 포럼에는 메타와 더불어 4대 빅테크 'MAGA'로 꼽히는 아마존, 알파벳(구글), 애플 등이 빠졌다. 특히 업계에선 애플은 증강현실(AR) 하드웨어 출시를 필두로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회원사 목록에서 빠진 것이 의외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포럼의 주요 회원사인 메타, 에픽 게임즈(이하 에픽) 등과의 '불편한 동행'을 꺼려 애플이 일부러 참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특히 에픽 게임즈는 애플은 물론 구글과도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지난 4월 오큘러스 VR기기 '퀘스트' 플랫폼서 서비스 중인 메타버스 '호라이즌 월드'에 콘탠츠 제작·거래 기능을 추가, 25%의 거래 수수료를 떼는 정책을 25%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애플 대변인은 "퀘스트 스토어의 30% 수수료를 뗀 후 25%를 추가로 붙여 총 52.5%의 수수료를 떼려는 계획"이라며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을 비판해온 메타가 위선적 태도를 보였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메타는 즉각 "퀘스트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거래 가능한 웹 서비스 버전을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반론했다.
애플·에픽 소송전의 발단 지난 202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픽은 자사 대표작 '포트나이트'에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30%가 붙는 것을 문제삼으며 자체 인앱 결제 구조를 업데이트했다. 애플과 알파벳이 이를 문제 삼으며 '포트나이트' 모바일판 지원을 중단하자, 에픽은 두 회사가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즉각 반소를 제기하며 두 업체는 법정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 지방법원에서 선고한 1심이 애플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된 후 두 업체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그 다음달에는 알파벳마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고의로 법정 공방을 유도했다"며 반소를 제기, 에픽과 애플의 2심이 마무리된 후 법정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 로블록스·나이언틱·밸브 등 배제…블록체인 게임사들도 제외
MS와 에픽은 메타버스의 원류로 평가받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포트나이트 등을 개발한 업체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게임과 더불어 대표적인 원조 메타버스로 꼽히는 '로블록스'의 개발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회원사 목록에 들지 못했다.
IT 매체 프로토콜의 닉 스탯 기자는 애플·로블록스 외에도 나이언틱이 목록에 빠졌음을 지적하며 "상당히 이례적이고 특기할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나이언틱은 세계 대표 AR 모바일 게임으로 꼽히는 '포켓몬 고'의 개발사다.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 중인 밸브 코퍼레이션(이하 밸브)이 빠졌다는 점도 특이할만하다. 밸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 평균 340만명이 스팀서 VR게임을 이용했으며 이중 약 44만명인 13.1%가 자체 VR기기 '밸브 인덱스'를 활용했는데 이는 스팀 전체 VR 이용자 중 메타 '오큘러스' 시리즈(점유율 67.2%)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이었다.
미국 대형 게임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T2)와 일렉트로닉 아츠(EA) 등도 창립 멤버에 들지 않았다. T2의 슈트라우스 젤닉 대표는 앞서 "GTA 온라인이나 NBA 2K와 같은 자사 대표작들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완성'을 목표로 둔 블록체인 게임 회사 디센트럴랜드(MANA)나 더 샌드박스(SAND) 등도 회원사 목록에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지 코인데스크는 "블록체인계가 메타버스의 '탈중앙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 메타버스는 중앙집중화·사일로화될 전망"이라고 평했다.
이들 게임사들이 목록에 빠진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IT매체 더 버지는 "다음달 첫 회의를 필두로 운영이 본격화되면 더 많은 회원사들이 참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텐센트·빌리빌리 등도 빠져…韓 기업 참가 가능성은?
일본 소니 그룹의 게임 사업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와 스웨덴의 이케아, 중국의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이 포럼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중국의 또 다른 빅테크 텐센트는 회원사 안에 들지 못했다.
소셜 미디어 기업 빌리빌리나 '원신' 개발사 미호요 등도 회원사가 되지 못했다. 빌리빌리는 지난해 12월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블록체인 '가오넝롄(영문명 UPowerchain)'을 론칭했다. 미호요는 올해 들어 글로벌 법인 '호요버스'를 신설하며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번 MSF에 들지 못한 이유 역시 확실지 않으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빅테크·게임계에 대한 고강도 규제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해 9월 "메타버스에 대한 눈 먼 투자를 멈춰라"고 발표하는 등, 메타버스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니 그룹 전체가 아닌 소니IE만이 회원사로 지정됐다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소니 그룹은 게임사업부 외에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버추얼 유튜버를 수차례 론칭, 가상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메타버스 표준 포럼에는 '제페토' 개발사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서구권 메타버스 분야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닐 트레벳 크로노스 그룹 회장은 "이번 포럼은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표준을 제시하고 업계간 소통 밀도를 높이기 위한 장"이라며 "포럼 운영진의 관리·감독을 허용하고, 프로젝트에 재정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면 어떤 조직이든 회원사 목록에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