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서 게임 사업서 거둔 성과들을 공개했다. 매출 성장세 면에서 가장 부진했음에도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업계에선 MS의 핵심 비전 '메타버스'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현지시각 26일 진행한 컨콜서 "엑스박스 게임 패스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누적 이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엑스박스 콘솔 기기 매출 역시 전분기 대비 14% 증가, 2011년 3분기 이후 최대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나델라 대표가 게임 사업 성과를 강조한 것과 달리, 전반적인 게임 사업 매출의 성장세는 부진했다. 이날 공개된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게임 매출 성장 폭은 4%에 그쳤다.
이는 전체 매출이 18.3% 성장한 것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은 물론, MS가 제시한 10개 주요 매출원(게임, 오피스365, 오피스 제품군, 다이나믹스365, 링크드인, 애저 등 클라우드, 윈도우 OEM, 윈도우 제품군, 검색·뉴스 광고, 서피스) 중 가장 부진한 것이었다.
IT 매체 더 버지는 "MS는 지난 1월 게임 패스 전체 누적 가입자가 25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컨콜에서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용자 수를 집중 조명했다"며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구글 스태디아에 관한 이용자 통계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특기할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일부 국가에 한해 게임 패스 내 최고가 서비스 군 '얼티밋 게임 패스(월 14.99달러)'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라며 "나델라 대표의 발표는 MS 게임 패스에 대한 사측의 야망, 특히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제공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대한 집중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덧붙였다.
나델라 대표가 컨콜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최근 1~2년 사이 IT업계 화두로 자리잡은 '메타버스'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MS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가 '3C', 곧 클라우드·콘텐츠·크리에이터라는 말이 통용되는데, 게임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분야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슨 알토프 MS 최고 커머셜 책임자(CCO)는 3분기 실적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25일, MS 공식 블로그에 "MS는 클라우드·시뮬레이션·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메타버스를 구축 중"이라며 "IT·콘텐츠·패션·유통·에너지·의료·학술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파트너들이 우리의 메타버스와 함께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하쉬 초한 '머틀리 풀' 연구원은 "MS는 애플·메타 플랫폼스와 더불어 명실상부 메타버스 업계 대표주자"라며 "MS가 보유한 다양한 IT 기술과 가상현실 비즈니스 플랫폼 '메시 포 팀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로 더욱 거대해질 게임 사업부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할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의 메타버스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회계연도 2023년(2022년 7월 1일~2023년 6월 30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내 스튜디오로 운영 중인 MS 게임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됨과 동시에 게임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사업 방향을 구체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MS는 지난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하던 중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가칭)'의 자회사로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필 스펜서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대표의 직함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대표라고 표현했다.
투자분석업체 시킹 알파는 "블리자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종종 메타버스의 초기 버전, 미리보기로 일컬어지는 만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는 MS의 야망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MS가 메타버스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687억달러라는 거액이 투자된 게임 사업의 흥망 여부와 직결돼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