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 규제 개정안이 지난달 시행된 데 이어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을 막는 '강제 셧다운제'가 폐지되는 등 게임업계 규제 환경이 '변혁'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표시 의무를 담은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개정안을 지난달 1일부터 시행했다. 해당 개정안은 유료 캡슐형 아이템에 한정됐던 기존 확률 공개 범위에 유·무로 혼합형 상품, 강화형·합성형 아이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제 셧다운제'의 정식 명칭은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이다. 게임 사업자가 16세 미만 청소년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PC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으로, 지난 1일 정식 폐지됐다.
이러한 자율 규제 개정안과 강제 셧다운제 폐지 모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법제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고, 셧다운제 역시 '게임시간 선택제'의 잔존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에 대한 논의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랜덤박스' 확률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게임법(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연달아 2020년 말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상헌·유정주·유동수 의원 등이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을 내놓은데 이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게임산업협회 자율규제 개정안이 실시된 다음날 확률 정보 미표시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법제화 관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 법제화 논의는 지난해 2월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 등 3N을 필두로 여러 게임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터지는 등 '확률 대란'이 일어나며 더욱 확대됐으며, 한국게임학회에서도 같은 달 "게임산업협회의 자율규제는 실효성을 잃었다"고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지난달 시행된 자율규제 개정안에 관해 "게임산업협회의 규제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여전하다"며 "일부 업체가 편법으로 회피하거나, 대놓고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이를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제 셧다운제 폐지 이후에도 남아있는 '게임시간 선택제'는 게임법 제12조의3(게임과몰입ㆍ중독 예방조치 등)을 의미한다. 이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본인 혹은 부모가 원하는 시간대에 '셧다운'을 시행할 수 있으며, 연매출 300억 이상 게임 사업자가 셧다운 관련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운영을 위해 개발비, 운영비와 인력이 들어가는 환경은 변화가 없다"며 "셧다운제 폐지의 발판이 된 '마인크래프트' 역시 여전히 성인 이용가 게임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 운영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7월 "마인크래프트의 19세 미만 이용자를 위한 장기적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했으나 후속 조치에 관한 발표는 없었고, 여전히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구매·플레이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공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 확인, 부모 동의 하에 셧다운 기능 등은 닌텐도 등 일부 해외 게임사들도 추가한 기능으로, 무조건 법이 문제라고 보긴 힘든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안을 바꿀 것이냐, 업체가 기능을 추가해야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