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추얼 유튜버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한국 시청자들을 신경쓰는 모습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버추얼 유튜버로 전업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는 '모션 캡처(대상 움직임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를 기반으로 가상 캐릭터를 내세운 인터넷 방송인을 의미한다. 일본 데이터 분석 업체 '유저 로컬'에 따르면,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버추얼 유튜버는 12일 기준 26명으로, 이들은 개인 방송은 물론 광고, 캐릭터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의 역사는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유튜버 '에일렌'이 활동을 시작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16년 말 데뷔한 '키즈나 아이'가 버추얼 유튜버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이듬해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등 자체 모션 캡처 기술을 보유한 IT 업체들이 버추얼 유튜버 사업을 시작했다.
버추얼 유튜버 업계에서 올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은 영어권 그룹 '홀로라이브 잉글리시(홀로EN)'다. 지난해 9월 데뷔한 홀로EN 1기 '홀로미스' 5인방은 12일 기준 모두 구독자 120만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가우르 구라'는 지난해 7월 구독자 300만을 돌파해 세계 버추얼 유튜버 구독자 1위에 올랐다.
한국 네티즌들 역시 홀로EN에 주목하고 있다. 홀로EN 라이브 방송을 기반으로 한 짧은 클립 영상을 전문 제작하는 유튜버 '오리고기'는 지난달 말 채널 개설 5개월만에 10만 구독자를 모았다. 오스트리아 IT 회사 튜빅스(Tubic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독자 10만을 넘긴 유튜브 채널은 전체 채널 중 0.62%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이 특히 주목하는 유튜버는 지난 8월 데뷔한 홀로EN 2기 '홀로카운슬' 5인방 중 한 명인 '오로 크로니'다. 45만 명 이상의 유튜브 이용자들이 구독하는 크로니는 데뷔 방송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고, 한국 웹툰을 보는 것이 취미라고 설명하는 등 한국계로 추정된다.
크로니 외에도 홀로미스 '니노마에 이나니스' 역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한국계로 추정된다. 이나니스의 동기 '아멜리아 왓슨'은 외형 디자인을 한국인 버추얼 유튜버 '아오이 나비'가 담당했고, 크로니의 동기 '하코스 벨즈'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등 홀로EN은 한국과 연관 있는 멤버가 여럿 있다.
아울러 홀로라이브 소속 유튜버들이 앞서 언급한 '아오이 나비', 버추얼 유튜버 '대월향', '에이펙스 레전드' 프로게이머 '셀리' 안정환 등 한국 방송인들과 합동 방송을 진행하거나 라이브 방송에서 외국어 학습 어플리케이션 '듀오링고'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등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올 하반기 연달아 선보였다.
한국 시장이 해외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 성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12일 기준 기업 출신 한국인 버추얼 유튜버 중 구독자 10만 이상을 확보한 사례는 에이펀 인터랙티브 '아뽀키'와 일본 니지산지의 한국 지사에서 데뷔시킨 '눈보라' 뿐이고 이중 '아뽀키'는 라이브 개인 방송을 진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이버 가수에 가깝다.
개인방송 업계 관계자는 "눈보라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에이펙스 레전드' 실력이 출중하고,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어 인기를 얻었다"며 "서브컬처 업계에서 유효 시청 인구가 많은 영어,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으면 10만 구독자를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강지', '쁘허', '악녀', '연다' 등 유튜브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스트리머들이 개인 단위로 버추얼 유튜버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지난달 13일 데뷔한 '로나로나땅'은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출연 경력이 있는 성우 출신 유튜버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유튜버들의 주력 컨텐츠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영상 콘텐츠가 아닌 개인 방송으로 변했다"며 "스트리머들이 기존 버추얼 유튜버와 콜라보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 저변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