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기업에 대해 격리조치 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셔틀경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이달 8일부터 따르고 있다. 일본 방문을 원하는 국내 기업인은 일본 초청기업이 작성한 서약서와 활동계획서 등을 주한 일본대사관 또는 총영사관에 제출해야 한다. 비자를 발급받은 후 특별방역절차를 준수하면 일본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그간 홀수 달은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서 업무를 챙겨왔다. 그러나 올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일본이 한국인의 입국 제한 태세를 취하면서 신 회장의 셔틀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3일부터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3월과 8월 두 차례만 일본에 출국했으며 지난 6월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는 불참했다.
이후 코로나19 경과가 호전되면서 일본은 7월 말 북동아시아‧동남아시아 12개 국가와 사업 목적의 왕래를 위한 상호 협의를 개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우리 정부와도 협의를 해왔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제도화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재택근무‧화상회의 등 새로운 차원의 업무수행방식을 적극 도입한 데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체득한 신 회장의 직접적인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양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 만큼 신 회장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 수립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임원 600여 명의 최근 3년 치 인사 평가를 지난달 접수해 마무리했다. 이는 평년보다 20여 일가량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12월 정기 인사가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 신 회장이 이달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중식당에서 ‘포스트 아베’라 불리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오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 회장의 ‘한일 경제 가교’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8월 출국 이후 아직 일본에서 체류 중이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오래 머물기로 했다. 이번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로 신 회장의 경영활동에 자율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