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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춘천(春川), 금병산행기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3-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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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왔다. 금병산(652m)은 19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으로 불리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 뒷산 이름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하다. 김유정은 자신의 글 속에서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부른다고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천(春川)이란 한자식 지명보다는 순우리말인 '봄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봄내' 하고 소리 내어 부르면 금방이라도 계곡의 물소리 명랑하게 들려오고 산기슭 어딘가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가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 아래 기다리고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여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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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소설 속에 나오는 '노란 동백꽃'을 두고 남쪽 바닷가 상록교목의 붉은 동백꽃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한다. 소설 속 '노란 동백꽃'은 동백이 아닌 생강나무꽃이란 걸 모르는 데서 생겨난 오해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른 봄 산기슭에서 노란 꽃등을 켜는 이 생강나무꽃을 동백꽃 또는 산동백이라 불러왔다. 그러니 춘천 태생의 김유정이 소설 속에서 이 꽃을 두고 '동백꽃'이라 적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의 고향을 찾아가는 일은 늘 설렌다. 특히 생강나무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봄이 흐르는 호반의 도시, 봄내를 찾게 되었으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나의 춘천행을 막아서진 못하였다.

상봉역에서 금병산이 있는 김유정역까지는 경춘선을 타고 70여 분이 걸린다. 우리나라 최초로 작가의 이름을 딴 김유정역에 내리면 그의 고향 마을에 세워진 김유정문학촌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을의 주산이라 할 수 있는 금병산 자락엔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등 재미있는 이야기 열여섯 마당과 만날 수 있는 실레이야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30분에서 1시간 반까지의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걷고 가는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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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무방길'에서 시작하여 골짜기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들병이가 넘어오던 눈웃음길'로 내려와 김유정 생가를 둘러보았다. 산을 오르면서 제일 먼저 눈을 맞춘 꽃은 올괴불나무꽃이다. 생강나무꽃은 곧 터질 듯이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이따금 길섶에 제비꽃이 눈에 띌 뿐 춘천의 봄은 아직 멀게 느껴졌다. 더욱이 정상에 가까울 무렵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정상에 올랐을 땐 이내 눈발로 바뀌어 휘날렸다. 다행히 지나는 구름의 장난인 듯 눈은 곧 그쳐 하산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산에서 어렵사리 몇 그루의 생강나무에서 노란 동백꽃을 보고 돌아서려니 아쉬웠는데 김유정 생가에 오니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개하여 알싸한 향기가 그윽하다. 금방이라도 생강나무 꽃그늘을 따라 소설 속 점순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소설가 김유정의 작품을 다시 꼼꼼히 읽고 또 한 번 금병산을 찾고 싶단 생각을 했다. 숲길은 그냥 걸어도 좋지만 그 길 위에 사람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훨씬 멋진 길이 된다. 짧은 봄날,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김유정의 소설집 한 권 챙겨 경춘선을 타고 김유정역으로 가 보시라. 거기, 노란 동백꽃이 당신을 반겨주리니.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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