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왕복 운임 최대 546억원·中행 하루 16억원…장금상선도 셔틀 수송 주요 사업자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위험해지면서 한 차례 운항에 선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약 3411만원)를 지급하는 새로운 ‘전시 해운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페르시아만 안에서 원유를 실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해협 밖에서 다른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셔틀 수송’이 빠르게 늘면서 한 차례 왕복 운송비가 최대 4000만달러(약 546억원)까지 치솟았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들은 이란의 상선 공격 위험에도 원유 수출을 이어가기 위해 VLCC를 이용한 셔틀 수송을 확대하고 있다.
원유를 그대로 묶어두는 손실이 기록적인 운송비를 부담하고서라도 수출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산유국은 막대한 운임을 부담하고 선주는 수십년 만의 높은 수익을 거두며 선원들은 평소보다 몇 배 많은 보수를 받는 새로운 호르무즈 해운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 왕복 한 번 546억원…배럴당 운송비 최대 2만7300원
전쟁 이전에는 이런 셔틀 수송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선 공격이 이어지자 아시아 등지의 구매자들이 자사 유조선을 페르시아만 안쪽까지 보내 원유를 직접 싣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이에 산유국이 별도의 VLCC를 투입해 페르시아만 안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오만만 등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기는 방식이 확대됐다.
선박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왕복하는 셔틀 운항 비용은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3000만~4000만달러(약 409억~546억원)에 달한다.
원유 1배럴당 15~20달러(약 2만500~2만7300원)의 추가 비용이 붙는 셈이다.
해사위험관리업체 마리스크스의 디미트리스 마니아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시장은 많은 선주에게 최근 수십년 동안 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셔틀 수송뿐 아니라 페르시아만에서 세계 시장으로 직접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해운정보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서 중국까지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을 빌리는 비용은 지난달 말 하루 120만달러(약 16억4000만원)를 넘어섰다.
전쟁 직전에는 하루 23만1400달러(약 3억1600만원)였고 올해 초에는 4만달러(약 5458만원)에도 못 미쳤다.
◇ 선원 한 번에 최대 3400만원…1년치 임금 넘기도
운임 폭등으로 발생한 수익은 위험구간을 통과하는 선원에게도 흘러가고 있다.
인도, 필리핀, 중국 출신 선원들을 중심으로 평소 월급의 두세 배에 이르는 위험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중국 산둥성의 한 선원 공급업체는 페르시아만을 왕복하는 VLCC 선원을 모집하면서 한 차례 운항에 최대 2만5000달러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기관부 선원이나 실습생에게는 2만5000달러가 1년치 임금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제로 페르시아만을 반복 운항하는 VLCC에 기관부원과 일반 선원을 투입하기 위해 이 같은 보수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중개업체 E.A.깁슨의 리처드 매슈스 컨설팅·리서치 책임자는 “선주들이 현재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원에게 지급하는 2만5000달러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 셔틀 선단 30척→39척…한국 장금상선도 주요 사업자
셔틀 수송 수요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더욱 빠르게 늘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도 원유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셔틀 유조선을 투입했다.
선박추적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푸자이라, 소하르, 시나스 인근 해상 환적구역까지 네 차례 이상 운항한 핵심 셔틀 유조선은 8월 말 30척에서 현재 39척으로 늘었다.
사우디가 사용하는 셔틀 유조선의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이 시장에는 한국의 장금상선과 그리스계 선주 등 일부 선사가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베네수엘라 원유 운송에 사용됐던 노후 선박을 보유한 중소 선주들도 높은 수익을 노리고 셔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노후 선박은 전쟁위험 보험 가입에 성공한 뒤 피격돼 전손 처리될 경우 선박을 폐선하는 것보다 보험금을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
◇ 불 끄고 GPS 없이 통과…2주간 9척 피격
높은 수익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따른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상선 7척이 공격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셔틀 유조선으로 확인됐다.
국제해사기구(IMO)와 UKMTO 집계를 보면 최근 2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은 상선은 모두 9척이다.
이 과정에서 선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한 셔틀 유조선의 1등 항해사는 WSJ에 지난 한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두 차례 왕복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모두 야간에 창문을 닫고 선박의 불을 끈 채 해협을 통과했다.
운항 중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몇 시간씩 끊겨 레이더로 섬과 해안 지형까지의 각도와 거리를 계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박 위치를 확인해야 했다.
그는 한 차례 왕복 뒤 선원의 절반이 배를 떠났지만 선박관리업체가 추가 보수를 약속하자 곧바로 대체 인력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본인도 분쟁구역을 통과하는 대가로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보수를 받았다.
또 다른 VLCC 선원은 드론 공격 가능성은 예상했지만 미사일 공격까지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위험구간을 운항하는 동안 평소 하루 임금의 두 배를 받았다고 말했다.
◇ 송유관 일부 복구돼도 호르무즈 의존 불가피
사우디 동서송유관은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했지만 셔틀 수송 수요가 곧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를 동서송유관을 이용해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보내더라도 이후 수에즈운하를 거쳐 아시아 시장까지 운송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보다 항해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자재 중개업체 오일브로커리지의 아눕 싱 글로벌 해운리서치 책임자는 사우디가 얀부에서 하루 300만배럴을 북쪽 수에즈운하와 아프리카를 거쳐 동아시아 시장으로 운송하는 데 필요한 유조선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사우디 원유 수출의 약 3분의 2가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피격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원유 수출량은 전쟁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한 차례 운항에 수백억원이 들고 선원 한 명에게 수천만원의 위험수당까지 지급하는 전례 없는 비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WSJ은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방식을 바꾼 것을 넘어 산유국·선주·선원 모두의 경제적 계산까지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