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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송유관 막히자 호르무즈 ‘셔틀 수송’ 대안 부상

미군 호위로 해협 통과 뒤 오만만서 환적…배럴당 추가 비용 16~20달러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지난 9월 11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의 동서 송유관 시설이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지난 9월 11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의 동서 송유관 시설이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멈추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통과한 뒤 오만만에서 다른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기는 ‘셔틀 수송’ 방식이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미군의 호위를 받아 위험구간을 통과해야 하고 선박 간 원유 환적 비용과 보험료가 크게 올라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셔틀 수송과 아람코의 빠른 송유관 복구 능력이 국제유가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올랐다고 1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동서 송유관은 최근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을 받은 뒤 가동이 중단됐다.

이 송유관은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크게 제한되자 사우디 원유를 홍해 쪽으로 우회시키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원유를 우회시킨 조치는 해협 봉쇄로 7~8월 발생한 공급 손실의 약 5분의 1을 상쇄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동서 송유관을 통해 운송됐다.

WSJ은 이 송유관이 IEA의 비상 비축유 방출이나 중국 원유 수요 감소보다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미군 호위 받아 야간 통과…오만만서 다시 환적


동서 송유관을 대신할 수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셔틀 수송이다.

아드녹은 자체 선박이나 임대한 유조선에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고 있다.

유조선들은 통상 야간에 미군의 보호 아래 선단을 이뤄 해협을 빠져나간다.
이후 오만만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운송을 이어간다.

WSJ은 “사우디도 동서 송유관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 이와 비슷한 방식을 확대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얼마나 많은 원유가 이런 방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선박들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랜스폰더를 끄고 운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자재 거래업계에서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하루 약 900만배럴이 이런 방식 등을 통해 해협 밖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위험수당만 배럴당 최대 20달러


문제는 비용이다.

석유 생산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원과 선박 소유주가 부담하는 위험을 보상하기 위해 배럴당 16~20달러(약 2만2000~2만8000원)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보험 비용은 선박과 화물 가치의 최대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선박 간 환적에 필요한 장비 공급도 빠듯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셔틀 수송이 원유 흐름을 완전히 정상화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은 아니며 긴급 상황에서 공급량을 일부 유지하는 고비용 방식에 가깝다.

사우디는 드론 공격 이전에도 홍해에서 후티의 선박 공격이 늘어나면서 동서 송유관을 통한 수출량을 이미 줄이고 있었다.

IEA에 따르면 사우디 서부 얀부항을 통한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은 8월 하루 290만배럴로 줄었다.

3~7월 평균은 하루 500만배럴이었다.

◇ 아람코 복구 능력도 변수


WSJ은 아람코가 중동 다른 산유국보다 에너지 시설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췄다는 점도 유가 안정에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레베카 슐츠 IEA 선임 석유 애널리스트는 “아람코는 중동에서 가장 깊은 공급망과 특히 송유관을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람코가 운영에 필요한 화학제품과 유정 장비, 파이프 등 투입재의 약 70%를 사우디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장비 수입과 해외 유전 서비스업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격은 세계 석유시장에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

짐 버크하드 S&P글로벌에너지 부사장은 사우디가 “세계 석유 시스템의 기반”이라며 사우디에서 발생하는 일은 세계 시장 전체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브렌트유 현물가격은 이번 주 한때 배럴당 132달러(약 18만2000원)까지 올라 8월 말의 90달러(약 12만4000원)보다 크게 상승했다.

◇ 정부 수입 55%가 석유…복구 유인도 커


사우디 정부가 송유관 복구와 원유 수출 정상화에 적극 나설 경제적 이유도 분명하다.

사우디 정부 수입의 약 55%가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올해 2분기 로열티와 배당, 법인세 등을 통해 사우디 정부에 약 500억달러(약 69조800억원)를 지급했다.

WSJ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핵심 ‘플랜B’인 동서 송유관이 공격받은 만큼 당장은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송유관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와 고비용 셔틀 수송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국제유가와 사우디 원유 공급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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