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72기가바이트 축소 계획 번복하고 96기가바이트 채택 공식화
-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속 독자 규격 고립 피하고 대역폭 중심 성능 방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저전력 D램 생태계, 로봇·차량용 고부가 전환 주목
-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속 독자 규격 고립 피하고 대역폭 중심 성능 방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저전력 D램 생태계, 로봇·차량용 고부가 전환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Wccftech는 이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엑스(X) 게시글을 인용해 테슬라가 극심한 메모리 공급 부족 탓에 당초 용량을 절반인 72기가바이트로 줄였다가, 최하위 규격을 쓰는 단독 기업이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96기가바이트로 상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체계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양산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밸류체인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2기가바이트 축소와 96기가바이트 반등의 속사정
머스크는 전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 속에서 옵티머스 대량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단위당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용량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테슬라 AI5 칩을 위해 램을 절반으로 줄여 72기가바이트 규격을 적용했고, 차세대 AI6는 3분의 1을 줄여 144기가바이트 6세대 저전력 규격을 쓰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대량 양산을 위해 하드웨어 사양을 낮추는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곧이어 AI5의 사양을 다시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AI5 용량을 96기가바이트로 약간 올렸으며, 그렇지 않으면 테슬라만이 저전력 메모리의 최소 용량 버전을 사용하는 유일한 기업이 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표준적인 최저 사양 부품을 단독으로 채택할 때 발생하는 수급 불안과 부품 생태계 고립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대역폭 유지와 엔비디아 비교의 실체
테슬라는 메모리 용량이 줄어들더라도 시스템 연산 처리 성능에는 타격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연산 처리 과정에서 용량 자체보다 '메모리 대역폭'이 실제 성능의 결정적 병목 요소이며, 대역폭을 설계 목표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옵티머스 구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 스펙 타협이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연산 능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칩 성능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드러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설계를 마친 AI5 칩이 엔비디아의 호퍼 그래픽처리장치와 대등하며, 칩 두 개를 연결한 이중 구성 시 차세대 블랙웰과 견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머스크는 와트당 전력 효율에서도 엔비디아 제품보다 세 배 우수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자체 시뮬레이션에 근거한 일방적 주장으로 공인 실측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8월 말 발언한 칩 성능 비교 비용 역시 엔비디아 대비 10% 수준이라는 테슬라 측의 추산이다.
한편 머스크는 인공지능 발전 속도와 관련한 정신 건강 논란에도 의견을 나타냈다. 한 이용자가 X에서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개발자가 인공지능의 추론 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정신적 혼란을 겪는 이른바 '인공지능 정신병' 위험이 커진다는 의견을 올리자 머스크는 "맞다"고 답했다.
이 용어는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진이 현실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괴리로 취약 계층의 인지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머스크의 답변은 의학적 검증이 아닌 기술 발전에 따른 인지 부하 우려에 공감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에지 메모리 생태계와 한국 기업의 셈법
테슬라의 96기가바이트 사양 채택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연산 구조가 기존 서버 중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일변도에서 차량 및 로보틱스용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시장으로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계 지표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 가속기용 메모리 외에도 전장·에지 디바이스용 저전력 메모리의 평균판매단가 방어가 전체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패키징 설계가 72기가바이트라는 비표준적 최저점에서 96기가바이트로 상향 표준화됨에 따라 메모리 업계는 불필요한 단일 고객사 전용 다이(Die) 설계 위험을 덜게 됐다.
한국 밸류체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양사는 10나노급 5세대 공정을 적용한 16기가비트와 24기가비트 기반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모듈을 글로벌 테크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가 단일 시스템당 96기가바이트 구성을 채택하면 고용량 적층 패키징 수요가 발생해 일반 모바일용 제품 대비 20% 이상의 판가 프리미엄 형성이 가능하다.
특히 테슬라가 차기 칩에서 6세대 규격 도입을 공식화함에 따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를 중심으로 본격화되는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 규격 선점 경쟁에서도 한국 제조사의 기술 주도권이 한층 부각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요 확대가 한국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공급 병목 시나리오에 유의해야 한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데이터센터용 고수익 초고성능 메모리 생산 라인에 설비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일반 저전력 메모리의 추가 증설 여력이 제한적인 상태다. 로보틱스와 전장 시장의 본격적인 양산 개화가 지연되거나 테슬라의 옵티머스 상용화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라인 전환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과 재고 부담이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96기가바이트 규격을 유지하면서 목표 수율과 단위당 원가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을지를 향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차기 양산 일정 전개와 함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전장용 고용량 메모리 출하 비중 변화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