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두 배…하루 AI 음원 9만곡 쏟아져, 스트리밍 사기 피해 연 3조원 추산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으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 낸 가짜 음원과 이를 이용한 스트리밍 조작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음악산업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소니그룹 산하의 글로벌 음반사 소니뮤직이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에 삭제를 요구한 AI 딥페이크 음원만 26만곡을 넘어섰다. 불과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니뮤직은 지난달 말까지 소속 아티스트를 사칭한 음원 26만곡 이상을 삭제해 줄 것을 스트리밍 플랫폼에 요청했다.
지난 3월 말까지 삭제를 요구했던 13만5000곡의 거의 두 배다.
해리 스타일스, 아델, 브리트니 스피어스뿐 아니라 퀸, 마이클 잭슨 등 과거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모방한 음원까지 대상이 됐다.
소니뮤직은 허가 없이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모방한 생성형 AI 딥페이크 음원이 대규모로 유통되면서 아티스트의 권리를 침해하고 팬을 혼란스럽게 하며 AI의 윤리적 이용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 가수 넘어 ‘가짜 청취자’까지
FT에 따르면 AI 음원 문제는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로 음악을 대량 생성한 뒤 자동화 프로그램인 봇으로 반복 재생해 스트리밍 로열티를 받아내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상적인 음악 소비가 아닌 인위적인 재생으로 전체 로열티 재원을 빼내 실제 아티스트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는 구조다.
소니뮤직의 글로벌 디지털 사업을 총괄하는 데니스 쿠커 사장은 올해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온 음악 가운데 부정 스트리밍과 관련된 비중이 최대 10%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반업계 경영진들은 스트리밍 사기로 음악산업이 입는 피해가 연간 최대 22억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AI 기술이 음악 제작비와 제작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사기 조직이 대량의 음원을 만들고 자동화된 계정을 이용해 반복 재생하는 것도 쉬워졌다.
AI가 ‘가짜 음악’을 만들고 봇이 ‘가짜 청취자’ 역할을 하면서 스트리밍 생태계에서 로열티를 빼내는 새로운 사기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하루 9만곡 AI 음악…신규 업로드 절반 넘어
AI 음악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프랑스 음악 스트리밍업체 디저는 올여름 하루 평균 약 9만곡의 AI 생성 음악이 자사 플랫폼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전체 신규 업로드 음악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문제는 AI로 만든 음악 가운데 실제 청취 수요보다 부정 스트리밍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디저에 따르면 지난해 완전히 AI로 제작된 음악의 스트리밍 가운데 최대 85%가 부정한 방식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음악이 대량으로 만들어진 뒤 봇을 이용해 반복 재생시키는 방식이 실제 음악시장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음원 증가가 새로운 창작 도구의 확산이라는 측면과 함께 로열티 사기의 대량생산 수단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낳고 있는 것이다.
◇수노로 만들고 디스트로키드로 유통
AI 음악 생성과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소닉 인텔리전스 아카데미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체 등록부에 제출된 AI 음악 가운데 92.8%가 AI 음악 생성 플랫폼 수노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음원 유통 서비스 디스트로키드를 통해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급됐다.
음악 권리 보호 활동가들은 AI 음원 사기가 딥페이크, 스트리밍 농장, 대량 생성된 저품질 AI 콘텐츠 등 여러 형태로 확산하면서 조직적인 사기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 음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음원 유통 역시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이뤄지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가짜 음원을 짧은 시간에 시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유니버설은 수노와 법정 공방
대형 음반사들은 AI 음원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소니뮤직과 유니버설뮤직은 수노 등 AI 음악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AI 업체들이 자사의 음원을 허가 없이 학습데이터로 사용해 음악 생성 모델을 구축했다고 주장한다.
수노는 음반사들의 주장이 사실관계와 법률 양쪽에서 모두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AI 음악기업과 음반사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저작권 문제를 넘어 AI 시대 음악산업의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AI를 이용한 새로운 음악 제작과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음원이 무단으로 복제되고 스트리밍 로열티까지 잠식되는 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삭제해도 다시 올라온다…“갈수록 힘든 싸움”
소니뮤직은 스트리밍 플랫폼에 가짜 음원을 신속하게 삭제하고 같은 콘텐츠가 다시 올라오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삭제 요청 건수가 반년 만에 13만5000곡에서 26만곡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은 음반사의 대응 속도를 AI 음원 생성 속도가 앞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음악을 대량 제작할 수 있는 반면 개별 음원이 특정 아티스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삭제하는 데는 별도의 감시와 절차가 필요하다.
소니뮤직은 이 같은 상황을 갈수록 힘겨운 싸움으로 보고 있다.
AI 음악이 음악산업의 새로운 창작도구로 자리 잡는 것과 별개로 딥페이크와 봇을 결합한 스트리밍 사기가 함께 급증하면서 음원 플랫폼과 음반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커지고 있다.
FT는 “AI 음원의 폭증이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정상적인 스트리밍 로열티 체계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