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방중, 관세 202억 달러 불균형 해소 시험대
이란 전쟁·반도체 갈등·中 전기차 공세… 봉합 vs 구조적 균열 갈림길
이란 전쟁·반도체 갈등·中 전기차 공세… 봉합 vs 구조적 균열 갈림길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 정상이 9년 만에 베이징에서 마주 앉았지만, 미소 뒤에 가려진 전선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AP통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베이징에 도착해 14~15일 이틀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나선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이후 9년여 만의 중국 국빈 방문이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으로, 올해 안에 최대 4차례 회동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알려져 있다.
이번 회담은 관세 전쟁 휴전 연장과 경제 관계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희토류·첨단 반도체·이란 전쟁이라는 구조적 갈등 요인이 언제든 관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겉으론 협력, 속으론 서로 다른 목표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중국과 많은 거래를 하고 있고 돈을 잘 벌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액은 2022년과 비교해 지난해 500억 달러(약 74조 원) 가까이 줄었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도 지난해 2020억 달러(약 301조 원)에 달했다.
미국의 전략은 이른바 '5B'다. 보잉(Boeing) 항공기 대량 구매, 미국산 쇠고기(beef)·대두 수입 확대,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설립이 핵심 요구 사항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앞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새 무역위원회 설치의 가치를 강조했으며, 이 기구가 안보 우려가 없는 품목에 한해 교역을 확대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로를 통해 농산물처럼 민감도가 낮은 분야의 무역 분쟁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중국은 '3T'를 앞세운다. 관세(Tariffs) 완화, 첨단 기술(Technology) 수출 통제 해제, 대만(Taiwan) 문제에서의 미국 양보가 그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태양광·전기차 중심의 중국 산업 전략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보고 있다.
허드슨연구소의 중미관계 전문가 마이클 소볼릭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쓰고 있지만, 시진핑은 미국과의 냉전에서 이기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전쟁 봉합 노력, 법원 판결에 흔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같은 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관세 수준을 10%대로 낮추는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쇠고기 구매를 재개하고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희토류 수출 제한도 풀었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는 이 관세 휴전의 추가 연장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내 법적 환경이 변수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권한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도입된 임시 대체 관세도 연방법원에서 위법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1974년 무역법의 국가안보 조항을 활용해 과잉 생산 능력 대응과 강제 노동 방지를 명분으로 새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중국의 미국 내 수입 비중은 트럼프 1기 출범 시점인 2017년 22%에서 올해 1분기 7.5%로 급감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채드 바운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중국이 미국 시장의 필수 공급자라는 지위는 이미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물량을 베트남·인도·동남아 등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고,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을 아시아 다른 국가로 분산한 결과다.
희토류·반도체·이란… 봉합하기 어려운 구조적 균열
이번 회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면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 미중관계 선임연구원 알리 와인은 "미중 간 구조적 마찰은 수와 강도 모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희토류는 가장 직접적인 충돌 지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절대다수와 가공 분야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수년이 걸리는 중장기 과제다. 첨단 반도체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엔비디아(Nvidia)·AMD 등이 설계하는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가열될수록 이 갈등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동차 시장도 긴장 요인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21% 늘었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공세가 미국·독일·일본 등 전통 자동차 강국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관련국들이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 전쟁도 양국 관계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운반한 중국 정유사와 유조선 수십 척에 제재를 부과했고,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따르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에너지 가격이 뛰면 미국은 원유·천연가스 수출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수요가 높아진다고 본다. 두 나라의 에너지 전략이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그룹의 브렛 페터리 선임 파트너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어떤 합의 내용보다 대화 공간을 유지하는 것 자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담판보다 안정적인 관계 관리가 양측 모두의 현실적인 목표라는 뜻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