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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탱크' 묶인 헬륨… 삼성·SK, HBM 생산 '차질 비상' 우려

중동 2차 충격, 호르무즈 봉쇄에 특수 운송용 'ISO 탱크' 고립
러시아·카타르발 '모세혈관' 마비… 전쟁 끝나도 물류 정상화 최소 수개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정 전반 납기 리스크… '고비용 구조' 장기화 우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모세혈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반도체 필수 소재인 헬륨(Helium)뿐만 아니라 이를 운송하는 특수 탱크 공급마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모세혈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반도체 필수 소재인 헬륨(Helium)뿐만 아니라 이를 운송하는 특수 탱크 공급마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모세혈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반도체 필수 소재인 헬륨(Helium)뿐만 아니라 이를 운송하는 특수 탱크 공급마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전쟁 종식 후에도 물류망 복구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 원가 관리와 공정 가동에 비상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 Asia)12(현지시각) 이란 전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헬륨 운송용 특수 컨테이너인 'ISO 탱크'와 산업용 용제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리, 텅스텐 등 주요 금속 가격 급등에 이어 소재 물류망 자체가 붕괴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헬륨 있어도 담을 '그릇'이 없다… 물류 고립의 역설


반도체 세정과 냉각 공정에 쓰이는 헬륨은 대체재가 없는 핵심 소재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헬륨을 실어 나를 'ISO 탱크' 부족이다. 이 탱크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집약된 장비로, 미국의 가드너 크라이오제닉스(Gardner Cryogenics)와 중국 중집안루이(CIMC Enric) 등 극소수 업체만 생산한다.

현재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3%를 차지하는 카타르산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 자체의 부족보다 이를 담아 운송할 특수 탱크들이 중동 지역에 고립된 점이 더 치명적"이라며 "탱크 제작 기간이 길고 생산 업체가 제한적이어서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셋(Techcet)은 카타르 헬륨 생산량의 최소 14%가 향후 1~2년 동안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세계 공급의 9%를 점유하는 러시아가 내수 안정을 이유로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수급 불균형은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발 가격 10배 폭등… 삼성·SK 원가 압박 '직격탄'


소재 공급망 마비는 즉각적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중국 다롄 하이퓨리티 케미칼에 따르면 최근 헬륨 가격은 전쟁 전 대비 최대 8~10배까지 치솟았다. 대형 반도체 기업은 장기 계약으로 버티고 있으나, 중소 협력사들은 급등한 원가를 감당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겪는 실정이다.

반도체 기판(Substrate) 제조에 쓰이는 석유화학 소재도 동반 상승 중이다. 메탄올, 크실렌 등 용제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최소 40% 이상 올랐다. 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원료인 구리적층판(CCL) 가격을 끌어올리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MGC)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에 걸쳐 CCL 가격을 최대 40% 인상했다.
뱅가드국제반도체(VIS) 류팡 회장은 "소재, 인건비,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는 전방위적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며 "한번 오른 원가는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없는 한 쉽게 내려가지 않아 반도체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고비용 구조' 고착화 경계… '다변화' 사투


한국 반도체 업계는 다변화된 공급망과 재고 확보로 당장의 가동 중단 위기는 면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더라도, 소재 단가 상승분을 최종 제품 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수 있을지가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43%) 및 동남아시아로 가스 조달처를 넓히고 있으며, 국산화 비중을 높여 대응 중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반도체 업계와 투자자들이 향후 예의주시해야 할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여부다. 헬륨 공급망 정상화의 선행 지표다.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ISO 탱크의 회수 및 재배치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러시아·중국의 희귀 금속 수출 통제 추이다. 텅스텐과 헬륨 등 핵심 자원을 무기화하는 흐름이 강화되는지 주시해야 한다.

셋째, 국내 기업의 소재 국산화 및 공급선 다변화 속도다. 미국(43%) 등 중동 외 지역으로의 공급선 전환 비용이 2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전력 경비 상승과 금속 원가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공급망 위기는 단순한 소재 부족을 넘어 물류 장비의 고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를 확인시켜 주었다. 전쟁이 멈춰도 반도체 제조 원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파고가 반도체 공정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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