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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안 끝난다”… 이란, 전쟁의 룰을 바꿨다

지휘부 사라져도 현장서 즉각 보복… 서방 군사교리 뒤흔든 '분산형 체계'
"많이 파괴하기보다 끝까지 살아남기"… 중동판 '소모전' 장기화 국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공습, 지휘부 제거, 통신망 차단이라는 이른바 '참수 작전' 속에서도 이란의 미사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전의 상식을 깨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이란이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 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공습, 지휘부 제거, 통신망 차단이라는 이른바 '참수 작전' 속에서도 이란의 미사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전의 상식을 깨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이란이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 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공습, 지휘부 제거, 통신망 차단이라는 이른바 '참수 작전' 속에서도 이란의 미사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전의 상식을 깨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이란이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 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5(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란이 구축한 분산형 지휘 체계와 이동식 발사대가 서방의 정밀 타격 전략을 어떻게 무력화하고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지휘부 없어도 '(Cell)' 단위 반격… 서방 교리 정면 무력화


이란 군사 전략의 핵심인 '모자이크 방어'는 중앙 지휘부가 타격을 입어 마비되더라도 각 지역 부대가 독립적으로 전투를 지속하도록 설계된 '세포형(cell) 전쟁 체계'. 이는 지휘부 제거로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미·이스라엘의 '참수 교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대응책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1"모자이크 방어는 전쟁의 끝을 우리가 결정하게 해준다"며 전략적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이스라엘이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하자, 현장 부대는 중앙의 세세한 지침 없이도 즉각 이스라엘 디모나 핵 단지를 향해 보복 미사일을 발사했다. 상위 전략 목표만 공유된다면 현장 사령관의 자율 판단으로 '눈에는 눈'식 대응이 가능한 구조다.

'미사일 도시' 버리고 '게릴라 발사'… 생존력 극대화


이란은 과거 대규모 지하 벙커인 '미사일 도시'에 의존했으나, ·이스라엘의 압도적 화력에 노출되자 이동식 발사대(Mobile Launchers) 중심으로 체질을 바꿨다. 고정된 시설은 파괴될 수 있지만, 전국에 흩어져 지형지물에 숨어드는 이동식 발사대는 추적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JINSA(미국안보유대연구소)의 조나단 루헤 연구원은 "이동식 발사대는 이란이 꾸준한 발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 미사일 전력의 70%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실제 파괴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훨씬 낮게 잡고 있다. 이란의 전략은 '압도적 화력'이 아니라 '추적 불가능한 지속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첨단 전자전 비웃는 '아날로그의 역설


가장 정교한 전자전이 가장 단순한 통신에 막히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첨단 통신망을 마비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이란은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로버트 톨래스트 연구원은 "도청 위험이 큰 무전기 대신 야전 전화나 전령을 통한 직접 전달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첨단 정보 자산이 무력화되는 지점에서 이란의 고전적 통신 체계가 빛을 발하는 셈이다. 여기에 이란이 독자 구축한 군사용 광케이블망까지 더해지며, 서방의 전자전 장비를 무색게 하는 견고한 연결망을 유지하고 있다.

"승리가 아닌 생존"… 소모전의 늪에 빠진 중동전쟁


이란의 미사일 발사 횟수는 하루 7~15발 내외로 안정화됐다. 이는 이스라엘 방공망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 자체가 이란의 계산된 전략이라고 본다.

이란의 계산은 적은 양을 오래 쏘아 상대의 방공 미사일 자원을 고갈시키고 심리적 피로도를 극대화하려는 데 있다. 다만, 현장 사령관의 자율권이 커질수록 의도치 않은 오판이나 과잉 대응으로 인한 전면전 확전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리스크다.
향후 사태의 향방을 가늠할 진정한 승부처는 단순히 이란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아니다. 대신 ▲이스라엘 요격 미사일의 재고 한계치 ▲중앙 통제를 벗어난 이란 현장 부대의 자율 보복 수위 ▲미군 조기경보통제기 등 핵심 전략 자산을 겨냥한 핀셋 타격 빈도를 핵심 지표로 주시해야 한다.

이란은 전장을 속도가 아니라 시간의 싸움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이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충돌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를 묻는 소모전으로 흐르고 있다. 서방의 고효율·정밀 타격 시스템이 이란의 저효율·고끈기 전략이라는 늪에 빠진 형국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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