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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미끼였을 뿐이다” 전 세계 20개국을 30년간 가두는 K-방산의 ‘구독 덫’

애플처럼 팔고 구글처럼 지배한다, 수조 원 수출보다 무서운 ‘군수 지원’의 플랫폼화
한 번 사면 탈출 불가능한 한국산 부품 생태계, 전 세계 군대를 노예로 만드는 MRO의 야심
한국의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 장면. 노르웨이는 최근 천무 도입 본계약을 체결하며 발사대는 2028년, 미사일은 2030년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특히 핵심 무장인 미사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어 공급될 예정으로, 한국-폴란드-노르웨이를 잇는 'K-방산 공급 벨트'가 완성되었다는 평가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 장면. 노르웨이는 최근 천무 도입 본계약을 체결하며 발사대는 2028년, 미사일은 2030년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특히 핵심 무장인 미사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어 공급될 예정으로, 한국-폴란드-노르웨이를 잇는 'K-방산 공급 벨트'가 완성되었다는 평가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 세계 방산 시장이 한국의 무기 수출 신기록에 환호할 때, 정작 영악한 전략가들은 다른 곳을 주목한다. 탱크나 자주포 한 대를 파는 것은 단발성 수익에 불과하지만, 그 무기가 퇴역할 때까지 30년 넘게 들어가는 유지, 보수, 정비(MRO) 비용은 판매 가격의 몇 배에 달한다.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제조사를 넘어, 전 세계 군대의 운영 시스템을 장악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번 한국산 무기를 들인 국가는 향후 수십 년간 한국의 허락 없이는 총알 한 발, 나사 하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K-방산 구독 경제’의 일원이 된다.

판매는 시작일 뿐, 30년 동안 마르지 않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최근 영국의 글로벌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은 K-방산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가성비가 아닌 MRO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들 매체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무기 체계의 생애 주기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경우 초기 획득 비용은 전체의 3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70퍼센트는 운영 유지 단계에서 발생한다. 한국이 폴란드에 판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현지에서 굴러가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정비 부품과 기술 지원료라는 이름으로 매년 막대한 현금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프린터를 싸게 팔고 비싼 잉크로 수익을 내는 면도기 모델과 같다고 이들 매체는 평가한다. 수출 물량이 쌓일수록 한국 방산의 캐시카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이는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재무적 요새가 된다는 것이다.

애플 생태계와 닮은꼴, 한국산 무기 아니면 호환 불가능한 기술 장벽


방위산업 MRO의 무서움은 독점성에 있다. 한국산 전투기나 장갑차의 핵심 소프트웨어와 정밀 부품은 오직 한국 기업만이 공급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부품을 함부로 썼다가는 시스템 충돌로 무용지물이 되거나 보증이 중단된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 깔린 K-방산의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며, 각국 군대를 한국의 기술 생태계에 종속시킨다. 사용자가 아이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옮기기 어렵듯, 한국식 운영 체계에 익숙해진 외국 군대는 다음 세대 무기 역시 한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락인(Lock-in) 효과’에 갇히게 된다.

전 세계 20개국 거점 확보, 현지에서 군수 주권을 장악하는 K-플랫폼


최근 한국 방산 기업들은 폴란드, 호주 등에 현지 MRO 센터를 구축하며 전 국토를 서비스 거점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리 공장을 세우는 수준이 아니다. 현지에서 부품 공급망을 관리하고 교육 훈련을 전담하며 해당 국가의 군수 주권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이다. 동유럽과 동남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에 설치된 K-MRO 허브는 마치 구글의 데이터센터처럼 해당 지역의 무기 운영 데이터를 독점한다. 어느 부품이 언제 고장 나는지, 어떤 환경에서 소모가 빠른지에 대한 데이터는 차세대 무기 개발의 핵심 자산이 되어 한국의 경쟁력을 더욱 독보적으로 만든다.

빅테크의 야심을 품은 방산, ‘서비스로서의 무기’ 시대의 도래


이제 무기는 소유의 개념을 넘어 서비스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무기 판매 시 90퍼센트 이상의 가동률을 보장하는 성과기반군수지원(PBL) 계약을 적극 활용한다. 이는 고객 국가가 무기를 관리하는 번거로움 대신, 한국에 구독료를 내고 ‘항상 싸울 준비가 된 상태’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방산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처럼 변모하는 순간이다. 하드웨어 제조 마진에 매달리던 과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수익 구조를 완전히 개편한 한국 방산은 이제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수익으로 바꾸는 연금술, 멈추지 않는 K-방산의 심장

전 세계적인 안보 불안은 K-방산에게 일시적인 특수가 아니라 영구적인 구독자를 늘리는 기회다. 한 번 팔린 K-자주포와 전투기는 30년 동안 한국의 공장을 돌리는 동력이 된다. 무기를 파는 나라는 많지만, 전 세계 어디서든 신속하게 부품을 공급하고 정비를 책임지는 ‘플랫폼’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 한국은 제조업의 강점을 서비스와 결합하여 전 세계 군대의 생사여탈권을 쥔 보이지 않는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K-방산의 최종 병기는 화약 냄새 나는 미사일이 아니라, 전 세계 군대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정교한 MRO 시스템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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