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00% 인상 이어 2분기 30% 추가… AI가 재편한 ‘공급자 독점 시장’
저가형 스마트폰 원가 비중 54% 돌파… 반도체發 완제품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저가형 스마트폰 원가 비중 54% 돌파… 반도체發 완제품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RAM 가격을 전년 대비 100% 인상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평균 30%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수익성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공고히 했다. 특히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에 대한 장기 공급 요청까지 거절하며 메모리를 '전략 자산화'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에 생산 역량을 집중해 발생한 공급 부족을 가격 협상력으로 치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전략이 ‘가격 인상’이 아니라, 메모리를 장기 공급 계약 상품에서 시장 연동형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Wccftech와 디지타임스(DIGITIMES)는 5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삼성이 분기별 단기 계약 체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배짱 증액… 1만 원 하던 칩, 1년 만에 2만6000원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이번 가격 인상은 메모리 업계의 판도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웍스텍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분기에만 DRAM 가격을 전년 동기 대비 100% 끌어올렸다. 수치로 환산하면 지난해 초 1만 원이었던 DRAM 단위당 가격이 올해 1분기 2만 원이 됐고, 이번 2분기 추가 인상으로 2만6000원까지 치솟은 셈이다. 다만 해당 수치는 제품군과 거래 조건, 계약 시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특정 고성능 제품 기준 추정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가격 급등은 단순한 공급 조절이 아니라, AI 서버 투자 폭증·HBM 생산 병목·레거시 감산이 동시에 겹치며 발생한 구조적 공급 쇼크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용 물량조차 3개월 단위의 단기 계약으로 묶어버린 점에 주목한다. 이는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강력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HBM 커버리지로 알려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메모리를 단순 부품이 아닌 '시장 연동 자산'으로 재정의하며 가격 통제권을 완전히 회수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가폰 시장의 비명… 메모리 원가 비중 54% ‘직격탄’
메모리 가격의 고공행진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생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저가형 핸드셋의 전체 부품 원가(BOM)에서 DRAM이 35%, 낸드플래시(NAND Flash)가 19%를 차지한다. 두 핵심 메모리의 합산 원가 비중이 54%를 넘어서면서 제조업체들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직면했다.
특히 모바일용 LPDDR5 계약 가격은 2025년 1분기 대비 3배 가까이 급등해 기가바이트(GB)당 1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오는 2027년에도 두 자릿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조사들은 출하량을 희생하더라도 완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저가 라인업 자체를 축소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출하량 감소 +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물가는 ‘하락’ 계약가는 ‘폭등’… 시장의 기괴한 이중 구조
최근 중국 시장 내 DDR4 등 구형 제품의 현물 가격 급락은 시장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5일 보도에서 DDR4 16Gb(기가비트) 현물가가 지난 1년간 2215% 폭등한 뒤 최근 5%가량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DDR4 현물가 하락이 단순한 과열 해소가 아니라, 수요 둔화의 선행 신호일 경우 현재의 고가 전략은 급격한 재고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폭락'이 아닌 '과열 해소'로 규정한다.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메모리 압축 기술 발표로 심리적 위축이 발생하며 현물 투매가 이어졌으나, 기업 간 거래인 '고정 거래가'는 요지부동이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여전히 서버용 DDR5와 HBM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메모리 시장은 일반 소비자용 '레거시(Legacy)'와 기업용 'AI·서버'로 완전히 쪼개진 양극화 상태에 진입했다.
AI가 재편한 메모리 가격 질서… 독자가 주시해야 할 '3대 핵심 지표'
이번 메모리 가격 파동의 본질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선 '공급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가 한정된 설비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으로 집중하면서, 범용 DRAM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디지타임스는 2분기 DRAM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낸드플래시는 최대 7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분석을 내놨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DDR4 현물 가격의 하락이 전체 수요 둔화를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경우, 현재의 고가 유지 전략이 오히려 재고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투자자나 시장 참여자들이 반드시 주시해야 할 세 가지 지표를 정리했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 지속 여부는 메모리 수요의 강도를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다. 둘째, HBM의 수율 및 가동률을 살펴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공정 효율이 개선되어 공급 병목이 해소될 경우, 역설적으로 범용 DRAM 라인의 생산 여력이 회복되며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LPDDR5 등 모바일용 메모리 계약가 추이다. 이는 스마트폰 등 소비자 완제품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의 향방은 기업용 서버 수요에 가려진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경기 회복 수준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메모리가 단순한 칩을 넘어 'AI 시대의 원유'가 된 지금, 삼성의 선택은 냉혹하지만 영리하다. 단기 현물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서버와 AI라는 거대한 수요의 물줄기를 읽는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포스트 AI 시대를 대비한 기술 격차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