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붐에 핵심 부품 공급망 판도 재편… 리더드라이브, 테슬라·피규어 AI 납품까지
글로벌 하모닉 감속기 시장 2031년 14조원 규모 전망… 일본 독점 깨는 中 기술 굴기
글로벌 하모닉 감속기 시장 2031년 14조원 규모 전망… 일본 독점 깨는 中 기술 굴기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 하나가 두 형제를 억만장자로 만들었다.
중국 상하이 증시 상장사인 리더하모니어스드라이브시스템즈(綠的諧波傳動科技·이하 리더드라이브)의 창업자 쭤위위(左玉玉·56)와 형 쭤징(左靜·61)이 주가 급등에 힘입어 나란히 달러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고 포브스(Forbes)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포브스 보도 기준으로 리더드라이브 주가는 직전 1년간 40% 올라 23일 종가 203.8위안(약 4만 4050원)을 기록했다. 각각 17% 지분을 보유한 두 형제의 자산은 이에 따라 1인당 10억 달러(약 1조 4770억원)에 달한다. 주가는 이후에도 강세를 이어가 최근 트레이딩뷰 기준 232.41위안까지 올랐다.
20년 시행착오가 만든 '로봇 관절 왕국'
쑤저우(蘇州)에 본사를 둔 리더드라이브가 만드는 하모닉 감속기는 로봇 관절의 핵심 부품이다. 모터의 고속 회전을 정밀하게 줄여 팔·다리·손가락이 섬세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장치로, 오랫동안 일본 기업들이 기술을 틀어쥐고 있었다.
쭤위위는 1999년 쑤저우의 금속 가공업체에 합류해 기계공학 사업부를 이끌며 스위스 에이비비(ABB),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나치-후지코시 등을 거래처로 확보했다. 2003년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2011년 리더드라이브를 설립한 뒤 2020년 상하이 스타 시장(과학기술혁신판)에 상장하면서 공모로 11억 위안(약 2378억원)을 조달했다.
쭤위위는 상하이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기술은 완전히 일본 기업들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설계도도 없이 끊임없는 시행착오만 반복했다"며 "성공 비결이 있다면 견뎌내는 힘과 시간을 투자하는 의지"라고 밝혔다. 형 쭤징은 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4년 합류해 총괄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리더드라이브 순이익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뛴 1억 2500만 위안(약 270억원), 매출은 47% 가까이 늘어난 5억 6900만 위안(약 12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74%가 산업용 로봇·휴머노이드용 부품에서 나왔다. 제이피모건(JP Morgan)은 리더드라이브의 중국 하모닉 감속기 시장 점유율을 30~40%로 추정한다.
테슬라·피규어 AI 납품 발판… 미국 시장 진출 본격화
제이피모건에 따르면 리더드라이브의 주요 고객사는 유비테크(UBTech) 로보틱스와 아지봇(Agibot)이다.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투자한 피규어 AI(Figure AI)에도 소량 연구개발(R&D) 납품을 시작했다.
회사는 고객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며, 자산 추정 관련 포브스의 확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해외 시장 개척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리더드라이브는 대만 억만장자 친중화(秦仲華)가 이끄는 자동차 부품업체 민스그룹(Minth Group)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시장용 휴머노이드 관절 모듈을 개발하기로 했다.
제이피모건은 이 합작법인이 "테슬라, 피규어 AI, 보스턴다이내믹스 같은 주요 고객을 공략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리더드라이브 매출의 90%는 중국 내수에서 나온다. 하모닉 감속기 외에도 회전 구동장치(로터리 액추에이터) 등 다양한 정밀 부품을 생산하며,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의료기기에도 공급한다.
매출 비중은 로봇·기계장비가 74%, 기계 장비용이 약 20%이며 나머지는 컴퓨터 수치제어(CNC) 가공기계·의료 장비용이다.
2031년 시장 14조원… 일본 독점 깨는 中 기술 추격전
리더드라이브 형제의 부상은 하모닉 감속기 시장이 전례 없는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시장조사기관 발류에이츠리포츠(Valuates Reports)에 따르면 휴머노이드용 하모닉 감속기 시장은 지난해 1억 900만 달러(약 1610억원)에서 2031년 98억 5,000만 달러(약 14조 5530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89.3%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를 휴머노이드 상업화의 변곡점으로 지목하며 전 세계 출하량이 5만 대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하다. 미국 싱크탱크 재임스타운재단에 따르면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HDSI)가 2023년 전 세계 하모닉 감속기 시장의 약 85%를 점유했다.
리더드라이브는 같은 해 글로벌 15%, 중국 국내 26%를 기록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구도를 두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무기로 한 중국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품 독립에 20년을 쏟아부은 형제의 승부는 이제 글로벌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