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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마진왕 SK하이닉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초격차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SK하이닉스 26년 1분기 실적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 26년 1분기 실적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마진왕’에 올랐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과거의 석유가 산업의 쌀이었다면,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현시대의 반도체는 산업의 혈액이자 뇌 그 자체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대한민국 반도체의 한 축인 SK하이닉스가 사상 초유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72%하는 경이로운 기록은 한국 반도체의 영광과 그 속에 숨겨진 위기 신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액 52조원, 영업익 37조원을 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72%를 달성하는 등 제조업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까지 세웠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조610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5.5% 증가했다. 매출액은 52조5763억원으로 198.1% 증가했다. 영업익과 매출 모두 분기 최대 기록이다. 앞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지난해 4분기(19조1천696억원)와 비교해도 영업익이 한꺼번에 2배 수준으로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률은 72%로, 지난해 4분기 58%를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순이익은 40조3천459억원으로, 순이익률은 77%에 달했다.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전분기 말 대비 19조4천억원 늘어난 54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은 2조9천억원 감소한 19조3천억원을 기록하며 35조원의 순현금을 달성했다.실로 놀라운 성과이다.

한국 반도체의 역사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80년대 후발 주자로 시작해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까지 수많은 피와 땀이 서려 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외환위기 이후 빅딜을 거쳐 하이닉스반도체로 홀로 서야 했으나,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서 ‘주인 없는 기업’의 설움을 겪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2011년 당시 SK그룹 내부에서도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다. 메모리 반도체는 변동성이 너무 크고 막대한 설비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는 ‘돈 먹는 하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에너지가 없으면 살 수 없듯, 반도체는 정보통신(IT) 시대의 에너지”라는 확신으로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는 단순한 기업 확장이 아닌, 그룹의 체질을 바꾸고 국가 경제의 미래를 담보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인수 이후 그는 매년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그 뚝심은 오늘날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석권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SK하이닉스가 보여준 실적은 가히 독보적이다. SK하닉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가속기 시장에 필수적인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얻은 수익은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마진왕’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는 과거처럼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춰 파는 ‘박리다매’ 구조가 아니라, 고객사가 원하는 최첨단 사양을 유일하게 맞출 수 있는 독보적 기술력에서 기인한다. 최태원 회장의 장기적인 안목이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결과다. 그러나 이 영광이 계속 어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한국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장관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다른 IT 산업에는 재앙이자 비극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는 그 자체로 완성된 소비재가 아니라, 스마트폰, 서버, PC 등에 들어가는 중간 소재다.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하면 최종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전체 IT 생태계를 위축시킨다. 김대호 박사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다른 IT 사업이 죽고, 그 사업들이 죽으면 반도체를 더 이상 수요하지 않게 되어 결국 가격이 다시 폭락하게 된다"는 순환 구조를 경고했다. 또한 현재의 호황이 완벽한 기술 혁신 덕분이라기보다 "운 좋게 인공지능 특수가 와서 수요가 폭발한 측면"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기술 격차의 축소다. 현재 한국 반도체는 기술 면에서 TSMC에 뒤져 있다.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추격과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반격은 언제든 한국의 점유율을 갉아먹을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이 매우 짧고 급격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이를 영속시키려면 다른 업체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초격차 유지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글로벌 현장을 발로 뛰며 엔비디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도 바로 이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는’ 냉혹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함이다.

지금의 실적 발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력 있는 투자가 과거의 하이닉스를 구내냈듯이 이제는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를 통해 향후 다가올 불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과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반도체 신화는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슈퍼 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는 경고를 훈장처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마진왕'을 넘어 전 인류의 AI 혁명을 선도하는 영원한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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