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베이조소는 이 연설에서 지구가 자원 고갈과 인구 과잉으로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망해가는 지구속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에 거대한 호텔, 놀이공원, 그리고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졸업 연설의 핵심 내용이다. 그는 우주로 거주지와 산업 시설을 옮김으로써 지구를 '국립공원'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우주가 인류의 다음 개척지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초지일관이라고나 할까. 베이조스는 졸업식에서의 포부를 잊지 않고 2000년에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대. 2021년 7월 20일에는 동생 마크 베이조스와 함께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를 타고 고도 100km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18세 소년 베이조스의 연설은 단순한 졸업사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추진할 자신의 사업적·철학적 로드맵이었던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베이조스의 꿈이 또 한단계 더 점프를 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재사용 로켓’ 운용에 성공했다.블루오리진은 대형 발사체 ‘뉴 글렌(New Glenn)’의 3차 시험 발사에서 1단 부스터(추진체)를 회수·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발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이뤄졌다. 부스터는 발사 약 9분 30초 만에 대서양 해상 플랫폼 ‘재클린(Jacklyn)’에 귀환했다. 한 번 날렸던 1단 로켓을 회수해 다시 쏘아 올리고, 또다시 회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독주해온 재사용 발사체 시장에 본격 추격자가 등장한 셈이다. 탑재한 위성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재사용 로켓 프로젝트에서는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회수된 부스터는 ‘Never Tell Me the Odds(확률 따지지 마)’라는 이름이 붙은 기체다. 지난해 11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이스케이페이드(ESCAPADE)’를 싣고 첫 비행에 나섰고, 이때 해상 플랫폼에 처음 착륙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블루오리진은 회수한 부스터를 정비한 뒤 약 5개월 만에 다시 발사대에 올렸다. 한번 쓰고 회수한 기체를 실제 임무에 재투입한 것은 블루오리진으로선 이번이 처음이다. 뉴 글렌은 높이 98m에 달하는 2단 구성 대형 로켓이다. 1단 부스터에는 블루오리진이 자체 개발한 BE-4 엔진 7기가 달렸고,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연료로 쓴다. 블루오리진은 이 부스터를 최대 25회까지 재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재사용 로켓은 민간 우주 산업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발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단 부스터를 회수해 여러 차례 쓰면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스페이스X가 팰컨9 로켓으로 사실상 표준을 만들어왔다. 스페이스 X는 부스터를 20회 이상 재사용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누적 착륙 횟수는 600회를 넘어선다. 블루오리진의 이번 로켓 재사용 성공은 베니조스가 스페이스X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궤도급 로켓 부스터를 수직 착륙시키고 다시 띄우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지금으로서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단 두 곳뿐이다. 이 두 회사는 달 탐사에서도 맞붙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NASA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해 유인 달 착륙선 ‘블루 문(Blue Moon)’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는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개발하고 있다. NASA는 두 시스템을 모두 시험한 뒤 아르테미스 후속 임무에 투입할 방침이다.
우주 개발에서 가장 앞선 이는 단연 머스크이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류의 멸종 가능성을 방지하고 '다행성 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진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는 지구가 소행성 충돌, 기후 변화, 핵전쟁 등으로 거주 불능 상태가 될 경우를 대비해 화성에 자급자족 가능한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인류의 생존을 넘어 우주를 탐험하는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영감을 주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믿는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독서광으로 자랐다. 9세 때 이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권을 독파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그 시절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책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을 들고 있다. 머스크는 12세 때 독학으로 코딩을 익혀 '블래스타'라는 우주 테마의 비디오 게임을 개발했다. 외계 우주선을 파괴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당시 컴퓨터 잡지에 소스 코드를 500달러에 판매하면서 사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마존과 테슬라가 막대한 자본을 우주에 쏟아붓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아주 명확한 기업적 시너지를 노리면서 우주 사업에 투자해 왔다.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인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쇼핑 및 클라우드(AWS) 환경을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어왔다. 베이조스는 우주의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머스크는 화성으로 가는 스타십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배터리 시스템은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인류의 발이 될 사이버트럭과 로봇의 핵심 기반이 된다.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베이조스의 '카이퍼'는 위성 인터넷 시장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미래 6G 통신과 자율주행 인프라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주 경쟁의 단기적 승부처는 '달'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파트너로 경쟁 중이다.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위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2050년까지 화성에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의 기술과 산업의 판도는 우주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라는 두 천재 기업인이 벌이는 우주 전쟁을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