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재무장관 "크리스마스 전 최종 결론"... 한·일 방산 자존심 대결
지분 19.9%로 확대 시 경영권 장악 유력... 100억 호주달러 '모가미급' 프로젝트 변수 부상
한화 "호주·미국 잇는 해양 방산 벨트 완성"... 미쓰비시와 '불편한 동거' 예고
지분 19.9%로 확대 시 경영권 장악 유력... 100억 호주달러 '모가미급' 프로젝트 변수 부상
한화 "호주·미국 잇는 해양 방산 벨트 완성"... 미쓰비시와 '불편한 동거'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9일(현지시각)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호주 당국이 한화의 오스탈 지분 확대 건을 심사 중이며 크리스마스 이전에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악재인가"... 막바지 고심 깊은 호주
보도에 따르면 찰머스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확실히 크리스마스 전에는 오스탈과 한화 관련 발표를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의 권고를 받아 재무장관이 최종 승인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호주 해군의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8월, 11척 규모의 신형 범용 호위함 도입 사업(약 100억 호주달러, 한화 약 9조 원 규모)의 모델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급'을 선정했다. 계획대로라면 1~3번 함은 일본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물량은 오스탈이 위치한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된다.
문제는 한화가 오스탈의 지분을 늘려 경영에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이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경쟁자인 한국 기업(한화)이 오스탈의 주요 주주가 되면, 공동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모가미급 호위함의 설계 도면이나 스텔스 기술 등 지적 재산권(IP)이 한화 측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호주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캔버라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전했다.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로... 한화의 집요한 '오스탈 구애'
한화는 현재 오스탈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승인을 통해 지분을 19.9%까지 늘리게 되면, 현재 최대 주주인 앤드류 포레스트(투자회사 타타랑 소유, 19.28%)를 제치고 단숨에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오스탈은 알루미늄 선박 건조에 특화된 기업이지만, 최근 호주 정부의 요구에 맞춰 강철 선박 건조 능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오션을 보유한 한화는 오스탈에 부족한 강철 함정 건조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호주 내 안보 전문가들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호주 전략분석연구소(Strategic Analysis Australia)의 마이클 쇼브리지 이사는 "한화가 투자를 승인받으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회사 경영에 더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일본 미쓰비시와 협력해야 할 호주 조선소에 한국 기업이 지분을 갖는 것은 프로그램 실행에 불필요한 복잡함과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화의 오스탈 인수는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다. 한화는 지난해 오스탈 전체를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99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오스탈 측이 안보 규제 우려를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한화는 전면 인수 대신 지분 투자를 통한 단계적 장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호주 넘어 미국까지... 한화의 '오션 밸류체인' 큰 그림
한화가 일본의 견제에도 오스탈 지분 확대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호주를 '글로벌 방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작용한다.
한화는 이미 호주 육군과 K9 자주포(헌츠맨),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생산 시설(H-ACE)을 완공하는 등 호주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오스탈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육상뿐만 아니라 해양 방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계산이다.
특히 이번 움직임은 미국 시장 진출과도 맞물려 있다. 한화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70억 원)에 인수했다. 오스탈 역시 미국 앨라배마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미 해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가 오스탈의 최대 주주가 되면, 한-호주-미국을 잇는 거대한 해양 방산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미국 '존스법(Jones Act)'의 제약을 우회하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스즈키 카즈히로 주호주 일본 대사는 지난 11월 12일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호주 정부가 이번 검토를 적절히 처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회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호주 정부가 '안보 파트너'인 일본의 우려와 '투자 파트너'인 한국의 자본 사이에서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그 결과가 오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