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 K-방산 협력에 '잠수함 외교' 추가…2030년까지 훈련·전력공백 메워
캐나다 60조원 사업 최종 후보 선정…오르카 실패 만회 기회 남아
캐나다 60조원 사업 최종 후보 선정…오르카 실패 만회 기회 남아
이미지 확대보기오르카 탈락 뒤 꺼낸 '잠수함 카드'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발트해 안보 강화를 위한 3000톤급 신형 잠수함 3척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를 선정했다. 약 100억 즈워티(약 4조 원) 규모인 이 사업 수주전에는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이 경쟁을 벌였다.
사브는 A26 블레킹급 잠수함으로 낙찰됐으나, 폴란드 해군에 첫 함정이 인도되는 시기는 2030년 초다. 폴란드는 현재 구소련제 킬로급 잠수함 'ORP 오제우' 1척만 보유하고 있어, 신형 잠수함 도입 전까지 4~5년간 잠수함 전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포데펜사는 "폴란드 해군은 사실상 항구에서 잠수 훈련 정도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독일 HDW사가 설계한 209-1200형으로, 해군이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총 9척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길이 56미터, 배수량 1200톤급인 이 잠수함은 최대 잠수 깊이 250미터, 승조원 30명 규모다. 특히 소음 저감 개량을 거쳐 2004년 림팩 훈련에서 미 해군 존 스테니스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가상 적군 30여 척을 전멸시키며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전과를 올려 성능을 입증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아비짓 압싱이카르 항공우주 방산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장보고함 무상 인도 제안은 폴란드의 군사력 부족 문제를 즉각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폴란드는 장보고함을 통해 승조원 훈련 체계를 재편하고 킬로급 잠수함에서 서방 잠수함 기술 표준으로 전환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폴란드 승무원은 신형 잠수함이 실전에 배치될 때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간 폴란드 방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조 원 방산 협력에 '잠수함 외교' 추가
한국은 2022년 이후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4대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총 110억~120억 유로(약 18조~20조 5400억 원)에 달하는 방산 계약을 체결하며 폴란드를 최대 방산 수출국으로 육성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한국 방산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이른다.
인포데펜사에 따르면 한국 산업계는 이미 폴란드와 K2 블랙 팬서 전차 180대, FA-50 훈련기 48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 212대, K9 자주포 212문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1월에는 K9 자주포 21문이 추가 인도돼 폴란드 전역 배치 물량이 200문을 넘어섰다. 폴란드는 이들 무기체계 상당 부분을 현지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기술이전과 현지 고용 창출까지 기대된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4.8%로 늘리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운데 국방비 지출 비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530킬로미터 국경을 공유한 폴란드는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35억 달러(약 5조 1400억 원)가 넘는 군사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자국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한화오션은 최대 330억 캐나다 달러(약 35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과 최종 후보로 선정돼 새로운 수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캐나다 해군도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폴란드 탈락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