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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데이터센터, 美 전력 수요 예측 왜곡...투기성 계획에 전력망 비상

오하이오주, 수요 강화 후 30GW 신청 60% 급감...'미니멈 사용료' 부과로 투기성 차단
발전소 건설 '7년' vs 데이터센터 완공 '2년'...전력 인프라 지연 우려에 선점 경쟁 심화
버지니아는 미국 내 모든 주에서 데이터 센터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버지니아는 미국 내 모든 주에서 데이터 센터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전력 공급업체들이 실제로 건설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센터 계획이 난립하면서 미래 전력 수요 예측에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른바 '팬텀(Phantom)' 데이터센터 계획이 쏟아지면서 전력 공급 계획과 가격 책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중서부 오하이오주에서는 지역 전력 공급업체인 AEP Ohio가 데이터센터 회사들로부터 3만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 사용 신청을 받았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30개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AEP가 요구 사항을 강화하자 신청 건수는 60% 감소해 36MW로 떨어졌으며, 요청 용량도 1만3000MW 미만으로 줄었다.
AEP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에게 전기 요금 납부 능력 증명을 요구하고, 사용량과 상관없이 계약 전력의 최소 85%에 대해 지불하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투기적이고 비현실적인 계획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서도 PG&E가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치를 두 분기 연속 상향 조정했다가 10월 말 10년 수요 전망치를 400MW 하향 조정하는 등 불확실성을 겪고 있다. PG&E CEO 패티 포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매우 유동적"이라고 주주들에게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된 버지니아주의 도미니언 에너지 역시 4만7000MW 규모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건설 진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CEO 로버트 블루는 프로젝트 단계가 진행될수록 고객의 비용 부담과 의무가 증가하지만, 초기 단계 프로젝트는 비교적 쉽게 취소될 수 있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아직 건설되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신청이 급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력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긴 리드타임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약 2년 내에 완공될 수 있지만, 발전소나 변전소 같은 전력 인프라는 7년에서 10년이 걸릴 수 있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데이터센터 제공업체들은 유리한 토지를 확보하고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 전력 계약을 선점하려는 투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러한 투기성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며,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FERC)에 AI 데이터센터 및 대용량 부하 프로젝트를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안했다.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준비 요건과 철수 벌칙과 같은 조치가 "투기성 프로젝트를 억제"하고 전력 공급자들이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 덕분에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 급증하고 있으며, Open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그룹이 협력하는 텍사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대규모 계획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투기성 계획으로 인해 전력 수요 예측 기관들의 전망치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426테라와트시(TWh)로 예상하는 반면, 맥킨지 앤 컴퍼니는 2023년 수치의 4배인 606TWh를 예측한다.

이러한 AI 수요에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소의 수명 연장이나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 계획까지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AI 수요 증가는 전기 요금에 영향을 미 미치기 시작했으며, 전국적으로 전기 요금은 전년 대비 14.23센트 상승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많은 오하이오와 버지니아 같은 주들은 각각 14%와 12%의 요금 증가를 겪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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