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메모리 시장 선두 내줘…"HBM4 기술로 판도 바꿀 기회"
이재용 회장 복귀 후 ‘공격적 투자’와 ‘파운드리 사업’ 재도약 추진
이재용 회장 복귀 후 ‘공격적 투자’와 ‘파운드리 사업’ 재도약 추진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지난 1월 "삼성이 HBM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원래 엔비디아가 사용한 최초의 HBM 메모리는 삼성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존경의 표시이자 거대 제국의 실수를 겸손하게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가 탐내는 그래픽 처리 장치의 중요한 구성 요소 뒤에 있었음에도 삼성은 거의 10년 후 지금까지 수익성 높은 AI 열풍을 놓쳤다.
이는 강력한 기존 기업이 새로운 경쟁자에게 추월당하는 혁신가의 딜레마의 전형적인 사례다. 1938년 식료품 상인으로 시작한 삼성은 지난해 200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240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국내 라이벌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지출한 금액을 압도했다.
하지만 삼성은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HBM 시장에서 뒤처져 있으며, JP모건 분석가들은 이 시장이 2023년 50억 달러 미만에서 2027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의 엄청난 규모가 문제의 일부였다. 챗GPT 이전에는 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적어 경영진이 마진이 낮고 상품화된 관련 제품을 포함해 다른 곳에 투자하게 됐다. 리더십 공백도 악영향을 미쳤다. 3대째 사장 이재용 회장은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수감됐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그의 부재는 불확실한 수익으로 과감한 베팅을 하는 회사의 능력을 방해했다.
대조적으로 SK하이닉스는 HBM을 계속 개발해 현재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업체가 됐다. 리서치 회사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분기에 곽노정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이끌고 매출 기준으로 삼성을 세계 최고 메모리 칩 제조업체 자리에서 끌어내리며 6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Visible Alpha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거의 70% 증가한 280억 달러를 달성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은 9% 감소한 21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황 CEO는 고객으로서 여전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삼성은 AMD, 브로드컴 같은 다른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자격 요건이 덜 엄격할 수 있지만 삼성이 HBM 사업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2026년에서 2027년 사이에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다음 제품을 놓고 메모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HBM4로 알려진 6세대 기술을 사용하게 될 예정이며, 이 칩은 제조하고 패키징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해 삼성이 기술 선두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부문의 급속한 발전도 삼성에 도움이 된다. 현재 5세대는 이전 버전보다 약 1년 만에 데뷔했는데, 이는 선점자 이점이 단기적일 것임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은 한 세대를 건너뛰었다.
삼성은 또한 공급망 혼잡의 다른 강력한 부분을 해체할 기회를 갖게 됐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엔비디아 같은 거물들을 위한 고급 칩 제조를 독점하고 있으며, 경쟁업체들은 제한된 용량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인텔의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삼성의 고군분투하고 수익성이 없던 파운드리 사업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망한 턴어라운드의 일환으로 최근 애플과 테슬라와 미국 공장을 위한 절실히 필요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모멘텀으로 인해 올해 삼성 주가는 거의 60% 상승해 벤치마크 코스피 지수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선도 장부가액의 1.9배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상승세에는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는 성장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해 1.2배에 거래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