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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연준 금리 인하에도 상승 ‘이례적 역주행’...이유는?

트럼프의 ‘금리 인하=차입비용 하락’ 주장과 달리 시장 냉담
국채 수익률 상승 배경 놓고 낙관론·중립론·부채 불신론 등 분석 분분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외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외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와중에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이러한 괴리는 1990년대 이후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채권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더 빠른 금리 인하가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 등 각종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논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데에 대해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적 시장 구조로 복귀했다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지목하는 원인인, 미국이 끝없이 불어나는 국가부채를 결국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뢰 상실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자신이 지명한 인물로 교체할 전망 속에,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과도한 정책 완화를 단행해 시장 신뢰를 잃을 위험까지 더해지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스탠더드은행 런던의 스티븐 배로 G10(주요 10개국) 전략 책임자는 “트럼프 2.0의 핵심 목표는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연준에 정치적 성향의 인물을 앉힌다고 해서 국채 금리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1.5%포인트를 낮췄고 현재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3.75~4%다.

시장은 오는 9~10일로 예정된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어 내년에도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3%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미국 가계와 기업의 대출비용에 직접적인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채 수익률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들어선 이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0.5%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4.1%를 기록했고, 30년물 수익률은 0.8%포인트 이상 뛰었다.

통상적으로 연준이 단기 정책금리를 조정하면 장기 국채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 침체 위험 크지 않아


JP모건체이스의 제이 배리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 뒤에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단행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워낙 가팔랐기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방향을 틀기 훨씬 이전부터 이를 선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10년물 수익률은 2023년 말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 때문에 연준이 실제로 인하를 시작했을 때 그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것이다.

제이 배리는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위험이 줄어들며 장기 금리 하락 여지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리는 “연준은 경기 확장을 지속시키려는 것이지 이를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금리가 공격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이를 두고 “채권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고 경제도 침체 우려를 지속해서 비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PGIM의 로버트 팁 채권부문 최고 투자전략가는 현재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적 금리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끝난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 시대가 마침내 정상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정반대 상황


스탠다드은행의 배로 전략가는 연준이 장기 금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2000년대 중반에 겪었던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당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단기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음에도 장기 국채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후임 벤 버냉키는 이후 이를 해외 저축이 미 국채로 과도하게 유입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로는 현재는 그 반대의 역학이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정부가 과도하게 차입을 늘리면서 이전의 ‘저축 과잉’이 ‘국채 공급 과잉’으로 바뀌었고, 이는 장기 금리에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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