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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AI 추론 시대 도래로 낸드플래시 급성장...삼성, 수혜 기대

삼성전자 점유율 37% 세계 1위, 2025년 낸드시장 매출 870억달러 전망, 마이크론 61% 급등·반도체 ETF 350달러 돌파 눈앞
인공지능(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와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AI 애플리케이션 확산이 메모리 시장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추론 확산으로 낸드플래시 수요 폭증


AI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이 메모리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광범위하다. 트렌드포스는 AI 애플리케이션이 훈련에서 추론 및 엣지 디바이스로 확장되면서 범용 서버, 모바일 D, 고밀도 낸드 등 제품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최근 발표에서 "추론 시장이 AI 학습 시장보다 훨씬 더 크고 수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오라클이 기업 데이터 호스팅에서 앞서가며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라클의 예상 밖 호실적은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확장 기대감을 키우며 반도체 업계 전반의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주식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아이셰어스 반도체 ETF(SOXX)는 올해 4월 저점 이후 급등해 현재 250달러(34만 원)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표가 연말까지 350달러(48만 원)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AI 추론의 특성상 체크포인트 유지가 중요해지면서 고성능이고 내구성이 높은 저장장치 수요가 늘고 있다. 다중 모달 AI 모델의 확산으로 고성능 저장장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 제한으로 저장장치 서버당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해지면서 이런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465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에서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하며 2034년에는 1117억 달러(1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트렌드포스는 발표했다.

특히 AI 서버용 SSD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4AI 관련 SSD 조달은 45EB(엑사바이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AI 서버의 SSD 수요는 앞으로 몇 년간 연간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시장 내 AI SSD의 비중은 20245%에서 2025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장 주도력과 기술 혁신으로 선두 유지

삼성전자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20242분기 기준 삼성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36.9%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SK그룹(22.1%), 키오시아(13.8%), 마이크론(11.8%), 웨스턴디지털(10.5%)을 크게 앞서고 있다.

메모리 업계의 성장 기대감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칩의 선두주자 마이크론은 올해 61% 상승해 반도체 ETF 평균(16%)을 크게 앞선다. 최근 140달러(19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 수요 증가와 2026년까지 공급 예약이 완료된 점을 상승 요인으로 분석한다.

삼성의 기술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1Tb(테라비트) TLC 9세대 V-NAND'의 양산을 시작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굳혔다. 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3D 수직 구조를 대량 생산한 1세대 V-NAND 이후 지속해서 밀도를 높여온 결과다.

삼성은 AI 시대에 맞서기 위해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하반기 QLC 발표를 포함해 고용량 낸드플래시에 집중하고 있으며, QLC 기반 제품을 개발해 AI용 고용량 저장장치 시장에 맞설 계획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이미 추론 AI 서버에서 고용량 사양의 QLC 기업용 SSD를 널리 쓰기 시작했다. 트렌드포스는 QLC2024년 낸드플래시 비트 출하량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5년 이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 회복과 가격 상승세로 전환


낸드플래시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거쳐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24년 4분기와 2025년 1분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 공급 과잉과 과도한 재고 문제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2024년 4분기 평균 판매 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하며 하향 압력이 뚜렷했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공급업체들의 전략적 생산 조정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5년 들어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이 보다 확실한 생산 삭감을 택해 연간 생산량을 줄이고 비트 공급 증가율을 억제했다.

이런 조치들의 결실로 2025년 2분기부터는 재고가 점차 감소하고 PC 및 스마트폰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전 분기 대비 5~10%, 3~8% 상승하는 등 가격 반등과 업황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낸드플래시 매출은 674억 달러(약 94조 원)로 전년보다 77% 늘었으며, 2025년에는 고용량 QLC 기업용 SSD 채택, 제조업체의 자본 지출 억제로 인한 공급 제한, 서버 수요 회복 덕분에 870억 달러(약 121조 원)로 2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북미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지속적인 AI 투자로 2025년 3분기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용 SSD 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완제품 재고 수준이 낮게 유지되면서 분기 대비 최대 10%의 가격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5일 실적 발표 후 9% 급등했다가 소폭 조정받았지만, 최근 오라클 실적 호조 영향으로 오후 거래에서 8% 추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브로드컴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삼성전자의 2025년 실적 회복과 반도체 가격 상승에 근거해 긍정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HBM4 승인 기대를 강조했고, 시티은행 역시 2분기 D램 가격 회복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7만5000원대를 유지하며 52주 최고가에 근접한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재고 자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 개선과 시장 회복 국면 진입을 확인했다.

다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으며, 키오시아,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도 기술 혁신으로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요인과 관세 정책이 2025년 하반기 메모리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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