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머독 미디어 제국, 후계 분쟁 종지부…라클란 머독 단독 지배 확정

루퍼트 머독.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루퍼트 머독. 사진=로이터
라클란 머독.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라클란 머독. 사진=로이터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보수 성향 미디어 제국의 후계 분쟁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9일(이하 현지시각) BBC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독 가문이 최근 수년간 이어온 법적 다툼을 종결하고 장남인 라클란 머독이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프를 단독 지배하게 됐다고 전했다.

폭스 코퍼레이션은 폭스뉴스·폭스방송·폭스스포츠 등을 거느린 미국의 방송·미디어 그룹이고,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더타임스와 출판사 하퍼콜린스를 계열사로 둔 글로벌 미디어·출판 기업이다.

◇ 3남매 지분 정리, 1인 체제 확립


머독 가문 내부의 합의에 따라 라클란의 세 누이·동생인 프루던스 맥클라우드, 엘리자베스 머독, 제임스 머독은 각각 약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받고 보유 주식을 매각한다. 세 남매는 새로 구성되는 가족 신탁의 수혜자에서 제외되며 라클란과 루퍼트의 두 막내딸(그레이스·클로이)만 재정적 수혜자로 남는다. 경영권은 전적으로 라클란에게 집중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 법원이 루퍼트와 라클란의 신탁 개정 시도를 ‘악의적 행위’라며 기각한 뒤 진행된 협상에서 도출됐다. 가문 내부의 갈등은 법정 밖에서 ‘상속 전쟁’으로 불리며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실제 모델로 거론되기도 했다.

◇ 정치적 노선 갈등 배경


이번 분쟁은 단순한 재산 다툼을 넘어 정치적 노선 갈등이 핵심이었다. 제임스 머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폭스뉴스의 지지 보도와 기후변화 회의론적 논조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엘리자베스와 프루던스 역시 보수 일변도의 논조에 거리를 둬왔지만 루퍼트는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가장 가까운 라클란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앤드루 닐 전 선데이타임스 편집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루퍼트 머독이 라클란이 형제들에 의해 ‘표 대결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했으나 이번 합의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게 됐다”며 “라클란이 완전한 지배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 막대한 비용, 그러나 ‘승리’


프루던스·엘리자베스·제임스가 각각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하면서 루퍼트의 선택은 ‘비용이 큰 승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머독 가문은 오랜 분쟁 끝에 사실상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는 돈으로 산 평화”라고 전했다.

◇ 머독 미디어 제국의 미래


라클란은 이미 뉴스코프와 폭스의 회장을 맡아 실질적 경영을 이끌고 있다. 그는 부친보다 더 강한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루퍼트 사후에도 머독 미디어 제국의 보수적 논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들 외신은 전했다.
호주 디킨대의 매튜 리켓슨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루퍼트 머독은 사업을 ‘가족 기업’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가족을 찢어놓았다”며 “분쟁은 끝났지만 진정한 화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로 루퍼트 머독은 생전에 원하는 대로 후계 구도를 확정 지었다. 그러나 보수 성향 미디어 제국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